牧民心書
제2장 율기 6조[관리들이 지녀야 할 마음 자세들]
생선 한 마리도 뇌물
貨賂之行을 誰不秘密이리요마는 中夜所行도 朝已昌矣니라
화뢰지행을 수불비밀이리요마는 중야소행도 조이창의니라
뇌물 주고받는 것을 누군들 비밀리에 하지 않겠는가만은,
반드시 밤중에 한 일은 아침이면 드러난다.
- 청심(淸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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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 때의
일이다. 송나라에 자한이라는 사람은
청렴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보석을 가지고 자한
의 집으로 찾아왔다.
"지난번에 제가 선생님께 큰 은혜를 입었는데, 그 보답으로 제가 평
소에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보석 하나를 가져왔으니 받아 주십시오."
그는 매우 정중하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자한은 그
의 진지함이 무색할 정도로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재차 보석을 받아 달라고 간청했지만 자한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거
듭되는 그의 간청에 자한은 결국 입을 열었다.
"그대의 마음은 잘 알겠소. 하지만 나는 그 보석을 받을 수 없소. 나
는 청렴한 마음을 보물로 여기고 있는 사람이오. 그대가 말하기를, 그
보석은 그대 스스로가 보물이라고 여겨 왔다고 하지 않았소? 그러니 우
리 둘 다 보석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소?"
자한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던 사내는 그제야 발길을 돌렸다.
또한 전국시대 때 사람인 자산이라는 사람도 청렴하기가 이를 데 없
었다. 자산은 대부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이따금 그에게 찾아와 벼슬자
리를 부탁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때마다 따금히 혼을 내거나
타일러 돌려보냈다.
하루는 자산의 집으로 점잖은 사내 하나가 찾아왔다. 일단 집에 찾아
온 손님인지라 사내를 정중히 맞이했다.
"며칠 전에 제가 생선 한 마리를 댁으로 보낸 일이 있는데, 기억이
나시는지요? 오늘은 그때 일에 대한 대부님의 속뜻을 알아보려고 찾아
왔습니다."
사내의 말에 자산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때 기억이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제가 보내드린 생선을 왜 다시 돌려보내셨나요?"
자산은 그때 일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그 생선을 받으면 제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 돌려보냈습니다."
"대부께서는 생선 요리를 싫어하십니까?"
"싫어하다니요. 제가 음식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생선 요리인 걸
요."
"허어, 그렇다면 제가 보내드린 생선을 되돌려 보낸 까닭이 무엇이었
는지 점점 알 수가 없어지는군요."
사내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자 자산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단지 그 생선을 받게 되면 음식을 먹지 못
할 것 같아 돌려보낸 것이었으니까요."
"더욱 알 수 없는 말씀만 하시는군요."
"만약 그때 제가 생선을 받았다면 지금까지도 양심에 걸려 아무 음
식도 먹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니, 그까짓 생선 한 마리 때문에 양심에 걸리다니요? 전 무슨 말
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원래 마음이 편치 않으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소화
가 안 됩니다. 더구나 그 생선을 받은 것이 잘못되어 제가 벼슬자리에
서 물러나게 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습니까? 하지만 그때 그 생선
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마음 편히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또한 아직 벼슬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사내는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마침내 뭔가 알겠다는 듯이 조
금 큰소리로 말했다.
"아, 대부께서는 제가 보내드린 생선 한 마리를 뇌물로 여기셨군요?"
자산은 그의 질문에 설명을 덧붙였다.
"예로부터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남의 오이 밭에 들어갔을 때는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고, 또한 남의 자두나무 밭에 들어갔을 때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보내주신 생선이 먹음직스럽게는
생겼지만 그 같은 오해를 받을까봐 돌려보낸 것입니다."
"그러셨군요......"
사내는 그제야 의문이 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성의를 무시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나라의 녹을 먹는 자라
면 생선 한 마리가 아니라 생선 비늘 한 개라도 받아서는 안 되지요.
그런 쓸데없는 오해 때문에 일도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사람을 저
는 많이 보아 왔습니다.
사내는 자산의 말에 크게 감동하여 밖으로 나서면서 중얼거렸다.
"이 나라 관리들이 모두 자산과 같이 청렴한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천하 통일은 바로 눈앞의 일일 텐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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