牧民心書

내가 누우면 구백아흔아홉 깐짜리 집

eorks 2011. 2. 4. 08:26

牧民心書
제2장 율기 6조[관리들이 지녀야 할 마음 자세들]
내가 누우면 구백아흔아홉 깐짜리 집
廉者寡恩이면 人則病之니라 躬自厚而薄責於人斯可矣니라.
렴자과은이면 인칙병지니라 궁자후이박책어인사가의니라.
干囑不行焉이면 可謂廉矣淸聲四達하여 令聞日彰
간촉불행언이면 가위염의청성사달하여 영문일창
亦人世之至榮也니라
역인세지지영야니라.
청렴한 자는 은혜롭게 용서하는 일이 적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오히려 병으로 여긴다. 자신은 무겁게 책망하고, 남은 가볍게 책
망하는 것이 옳다. 청탁이 행해지지 않으면 청렴하다고 할 수 있
다. 청렴하다는 명성이 사방에 퍼져서 좋은 소문이 날로 드러나
면 이 역시 인생의 지극한 영화이다.
- 청심(淸心) -
    
      조선사대 연산군 때 항간에 별스런 소문 하나가 나돌았다.
    한양의 남산에 구백아흔아홉 칸짜리 거대한 기와집이 있다는 소문이
    그것이다. 이 해괴한 소문을 듣고 그 기와집을 보기 위해 전국 방방곡
    곡에서 사람들이 남산으로 몰려들었다. 평생 그런 집 한번 구경하고 죽
    으면 원이 없다는 사람까지 있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소문을 듣고 상경
    한 사람들은 남산을 이 잡듯이 뒤져도 그런 기와집은 좀체 발견할 수
    없었다. 남산이 제아무리 넓다 해도 한 나절만 돌아보면 손바닥 안처럼
    훤히 볼 수 있고, 더구나 그처럼 거대한 집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
    을 터인데 구백아흔아홉 칸은커녕 백 칸짜리 집터도 찾아볼 수가 없었
    던 것이다. 그래서 허탕을 친 전국 각지의 구경꾼들은 씁쓸한 심정을
    곱씹으며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상도에서 올라왔다는 한 선비가 한 나절 내내 남
    산을 돌다본 뒤 역시 허탕을 친 줄 알고 어느 허름한 오두막집으로 들
    어갔다. 인근에 주막도 없고 해서 물 한 모금 청해 마실 심산이었던 것
    이다. 그 오두막집은 사람 두셋이 누우면 족할 만치 비좁을 뿐 아니라
    외양도 누추하기 짝이 없었다. 선비가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기척을 하
    자 방안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살긴 사는가 보다 하고 생각
    한 선비는 슬며시 방문을 열어 보았다. 조심스럽게 방안의 동정을 살피
    던 그는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비록 남루한 옷을
    걸치고 있기는 하나 그 기품이 당대의 재상 못지않은 양반 하나가 좌정
    을 한 채 글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양반은 바로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육판서를 두루 지낸 명재상 홍귀달이었다.
      선비는 안으로 들어가 자신이 먼 경상도 땅에서 이곳 남산까지 찾아
    온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자 홍귀달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아마도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한 말이 잘못 전해진 모양이구려. 비
    록 허름한 오두막이지만 내가 이 방안에 누우면 구백아흔아홉 칸의 사
    색을 하고도 여분이 남는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그 말이 와전된 것
    같구려. 허허허!"
      한 나라의 재상까지 지낸 사람이 이토록 청빈하고 깨끗한 마음을 지
    닐 수 있다는 것에 감동한 선비는 홍귀달에게 큰절로 경의를 표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牧民心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 냥 주고 땜질한 엽전 한 냥  (0) 2011.02.06
청탁 편지를 뜯어보지 않은 청백리  (0) 2011.02.05
내가 알고 네가 아는 일  (0) 2011.02.03
생선 한 마리도 뇌물  (0) 2011.02.02
금덩어리를 돌려준 선비  (0) 201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