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이야기

절굿공이를 가는 할머니

eorks 2013. 9. 15. 00:03
고전(古典) 이야기 ~노력과 발전~

절굿공이를 가는 할머니

이태백이 산에서 10년 동안 공부를 하고 내려올 때다.

"이 정도면 내 공부도 어지간히 되었겠지."

월래 술을 좋아하는 그가 주막집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주막 평상에 앉았다. 술을 한 사발 마시 고 있노라니 옆에서 어떤 할머니가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무언 가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궁금한 이태백은 그 일이 무언가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할머니가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서 쇠로 만든 절굿공이를 숫돌에 가는 것이 아닌 가(→더러는 절굿공이가 아니라 도끼를 갈고 있었다고 하며 그 래서 생겨난 말이 마부위침(摩斧爲針)이다). 이태백은 매우 기 이한 일이라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할머니 지금 무얼 하고 계십니까?"

"절굿공이를 갈아 바늘을 만들려고 하네."

"아니 쇠로 만든 절굿공이가 어떻게 바늘이 된단 말입니까?"

"언잰가는 바늘이 될 날이 있겠지."

이 소리를 들은 이태백은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래서 10년 으로는 공부가 부족하다 여기고 내려오던 산길을 다시 올라가 마침내 학문을 완성했다. <당서(唐書)>에 전하는 얘기다.

`논어` `학이`편에 비슷한 예화가 나온다.

하루는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가난하면서 아부하지 않고 부자이면서도 오만하지 않다면 어떻겠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훌륭한일이다.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도를 즐기고 부자이면 서도 예를 좋아함만은 못하느니라."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시경`에 `뼈와 상아를 다듬은 듯(→절차(切磋))`, `구슬과 돌을 갈고 간 듯(→탁마(琢磨))`이라고 했는데 바로 이를 두고 일컫는 말이겠습니까?"

공자가 매우 흡족해서 말했다.

"자공아, 너야말로 더불어 시를 논할 만하구나. 가는 말을 가 르쳤더니 오는 것까지 아는 것을 보니 말이다.

자공이 인용한 시구는 `시경` `위풍(衛風)`에 나오는 구절이 다. 절(切)과 차(磋)는 뼈와 상아를 다듬는 것을 말하고, 탁(琢) 과 마(磨)는 구슬과 돌을 가공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나온말 로 학문이나 덕을 부단히 갈고 닦는 것을 `절차탁마`라 한다.

<열자> `탕문편(湯問篇)`에 비슷한 이야기가 또 있다. 북산 (北山)에 우공(愚公)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우공이 살고 있는 지역에 태행산(太行山)과 왕옥산(王屋山)이라는 거대한 산이 가로막혀 있어서 왕래가 불편하였다. 하루는 우공이 식구 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너희들과 함께 힘을 합쳐 험한 산을 깎아 평지로 만들고 싶 은데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자식들은 일제히 찬성했으나 우공의 부인만이 반대했다.

"당신 나이 이제 90인데 무슨 힘이 있다고 태행과 왕옥 같은 큰 산을 파헤친단 말이오? 게다가 파낸 흙과 돌은 어떻게 처리 할 거요?"

그러자 우공이 말했다.

"그 흙과 돌은 발해에 버릴 것이오."

결국 결정이 되어 우공은 산을 깎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서야 겨우 북산과 발해 사이를 한 번 왕복할 수 있을 정도 였다.

이웃에 사는 지수(智叟)가 딱하다는 듯 우공에게 말했다.

"참 영감님도 어리석기 짝이 없군요.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어찌 되지도 않을 일에 허비하십니까?"

이 말을 들은 우공이 도리어 딱한 표정을 지으며 지수에게 말 했다.

"자네는 어찌 그리도 생각이 짧은가? 설사 내가 죽는다 하더 라도 내 자손들은 남아 이 일을 계속할 터이니 언젠가는 평지 가 되겠지."

지수는 대꾸하지 못하였다.

한편, 두 산의 주인인 사신(蛇神)은 산을 무너뜨리는 일이 계 속 되어서는 큰일이라 하여 천제(天帝)에게 아뢰었는데, 천제 는 우공의 한결 같은 심정에 감복하여 기운 센 신(神)인 과아씨 의 두 아들에게 명령하여 태행, 왕옥 두 산을 짊어지고 하나는 삭동(朔東) 땅에, 하나는 옹남(雍南) 땅에 옮겨다 놓게 했다 그 래서 그때부터 기주와 한수 남쪽은 언덕 하나 없는 평지가 되 었다고 한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은 이 이야기에서 유래되었으며, 아무 리 큰일도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반복하면 결국 성사가 된다는 뜻으로 쓰인다.

마려당여백련지금 급취자비수양(磨礪當如百煉之金 急就者非遂養) 시위자의사천균지노 경발자무굉공(施爲者宜似千鈞之勞 輕發者無) 宏功)

갈고 닦음은 마땅히 백 번을 단련하는 금처럼 할 것이니 급하게 이 루어지는 것은 깊숙한 수양이 아니다. 일을 함에는 마땅히 천균의 쇠뇌처럼 할 것이니 가벼이 하는 것은 큰 공이 아니다.

여기서 갈고 닦는다(→마려(磨礪))함은 마음을 수양한다는 뜻 이다. 따라서 수양(修養)을 할 때는 금을 단련할 때처럼 몇 차 례고 반복해서 하고,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는 섣불리 판단하여 가벼이 움직이지 말고 행동을 무겁고 신중하게 하라는 얘기가 된다.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 이 역시 꾸준한 노력과 자기 연 마를 강조한 글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북송 때의 한 관리 얘기다. 장괴에라고 하는 강직한 성품의 사또가 있었다. 어느 날 관아를 돌아보는데 한 구실아 치가 창고에서 황급히 튀어나왔다.

"섰거라!"

이상히 여겨 조사를 해보니 상투 속에 엽전 한 닢이 감춰져 있었다. 엄히 추궁하자 창고에서 훔친 것임을 자백하였다. 즉 시 형리에게 명하여 곤장을 치게 했다. 그러자 구실아치가 원 망하며 애원했다.

"나리, 고작 엽전 한 닢일 뿐인데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장괴애는 더욱 노하여,

"네 이놈, 티끌모아 태산(→진적위산(塵積爲山))이라는 말 모르느냐? 한 닢이 천 날이면 천 닢이요, 물방울도 끊임없이 떨어지다 보면 돌에 구멍을 뚫기 마련이다(→수적천석(水滴穿石))!"

하고는 목을 쳐 버리고 말았다.

물방울이 돌맹이에 구멍을 뚫는다는 뜻의 `수적석천(水滴石穿)`은 새끼줄도 톱을 삼아서 오래 쓰면 나무를 자른다는 뜻의 `승거목단(繩鋸木斷)`과 함께 <채근담)에 보인다. 다음은 그 원문이다.

승거목단 수적석천(繩鋸木斷 水滴石穿)
학도자 수가력색(學道者 須加力索)
수도거성 과숙체락(水到渠成 瓜熟締落)
득도자 일임천기(得道者 一任天機)
새끼줄도 톱을 삼아서 오래 쓰면 나무를 자르고
물방울도 오래 떨어지면 돌을 뚫는다.
도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힘써 찾기를 거듭 해야 한다.
물이 모이면 도랑이 되고
오이는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나니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하늘을 따를 뿐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최선을 다한 다음에는 하늘의 뜻을 기다리라는 말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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