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이야기

말년(末年)을 보라

eorks 2013. 9. 24. 07:29
고전(古典) 이야기 ~노력과 발전~

말년(末年)을 보라

성기만경종량 일세지연화무애(聲妓晩景從良 一世之胭花無碍)
정부백두실수 반생지청고구비(貞婦白頭失守 半生之淸苦俱非)
어운 간인지간후반절 진명언야(語云 看人只看後半截 眞名言也)

기생도 늘그막에 한 남편을 따르면 평생의 연분이 꺼릴 것 없고, 수절한 부인이더라도 백발이 된 후에 정절을 잃으면 평생의 맑은 고절(苦節)의 보람이 없다. 속담에 사람을 보려거든 후반생을 보 라고 하였으니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시작은 좋은데 끝이 좋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 다. 뒤집어서 애기를 하자면 시작은 좋지 않아도 늦게라도 성 취가 있으면 그로써 족하다는 말이다. 달리 표현하여 그 사람 을 평하려거든 관 뚜껑을 덮고 하라(→蓋棺事方正)는 말도 있 다. 일은 결과를 놓고 평하고 사람은 말년(末年)을 보고 평하라 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들은 단지 처음과 끝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 다. 삶 전반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충고인 것이다. 즉, 일을 성 취함에 있어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멀리 미래를 바라보면서 초 지일관 노력하는 자세를 잃지 마라는 것이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고 했다. 큰 그릇은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들인 뒤에 야 완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노자>에 나오는 말이다.
"위대한 사람은 도를 들으면 이를 실천하고, 보통 사람들이 도를 들으면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는다. 그리고 못난 사람들 은 도를 들으면 아예 들을 생각도 않고 비웃기만 할 뿐이다. 옛 사람도 말했듯이 밝은 길은 어두워 보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뒤로 물러나는 길로 보이며, 평탄한 길은 험하게 보인다. 높은 덕은 낮게 보이며 참으로 흰 것은 더럽게 보인다. 넓은 덕 은 좁아 보이며 견고한 덕은 약한 것처럼 보인다. 변치 않는 덕 은 변해 보이며 크게 모난 것은 귀퉁이가 없고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 또한 큰소리는 울림이 잘 들리지 않고 큰 모양은 형체가 없다."
원래 지극히 현명한 사람은 우둔해 보이며, 진짜 위대한 사람 은 작고 보잘것없이 보이는 법이다. 따라서 `대기만성`의 원래 뜻은 큰 그릇은 덜 된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지만, 요즘에는 큰 일일수록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으로 쓴다.
삼국이 세력을 다투던 떼에 위나라에 최염(崔琰)이라는 유명 한 장군이 있었다. 그는 목소리나 허우대가 커서 대인의 품격 이 있었다. 수염의 길이가 넉자나 되고, 왕의 신임이 또한 두터 웠으나, 아무튼 상당한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최염의 사촌 아우에 임(林)이란 사람이 있었다. 보 기에 그다지 영리한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인지 도무지 명성이 오르지 않고, 친척들도 그를 못난이로 여겨 무시했었다. 그러 나 최염만은 그 인물을 알아보고 있었다.
"큰 쇠북이나 큰 가마솥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와 마 찬가지로, 큰 재능은 쉬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완성되기까지 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린다. 임도 이와 같이 대기만성 패 일 것이다. 두고 보라. 끝에 가서는 반드시 큰 인물이 될 테 니......."
최염의 말처럼 임은 뒤에 삼공이 되어 천자를 보좌하는 큰 임 무를 다하는 훌륭한 인물이 되었다.
또 후한 초기 때, 부풍무릉(扶風茂陵)에 마원(馬援)이라는 무 장이 있었다. 처음에는 전한의 천하를 빼앗아 신(新)이란 나라 를 세운 왕망(王莽)을 섬기다가, 그가 죽은 후로는 후한의 광무 제를 섬기면서 가끔 공을 세워 복파(伏波)장군에 임명되었다. 복파장군이란 전한의 무제 이래 큰 공을 세운 장군에게 주는 지위였다. 그리고 인도지나의 반란을 평정하여 각처에 후한의 위세를 떨친 표적으로 구리기둥을 세웠다. 만년에 흉노 오환을 정벌하러 출정했는데 불행히 진중에서 죽었다.
이 명장 마원이 일찍이 시골 전답을 관할하는 관리가 되어 떠 나기 전에 형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너는 소위 대기만성 형의 인물이다. 솜씨 좋은 목수는 산에 서 잘라온 깎지 않은 재목은 절대로 남에게 보여 주지 않고 자 기 생각대로 물건을 만든다. 너도 자기의 개성을 살려 세월이 지나면 큰 인물이 될 것이다. 부디 잘해 보아라."
이 충고를 명심해 들은 마원은 뒷날 과연 역사에 남은 유명한 인물이 되었던 것이다.
그는 친구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장부라는 자는 뜻을 품었으면 어려울수록 굳새어야 하며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대장부위자 궁당익견 노당익장 ; 大丈夫爲者 窮當益堅 老當益壯)."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노당익장(老當益壯)` 즉 노익장이다. <삼국지> `위지(魏志)`, `최염전(崔琰傳)`, <후한서> `마원전 (馬援傳)` 등에 전하는 얘기다.
<한비자>에 비슷한 얘기가 또 전한다.
초나라의 장왕(莊王)이 즉위한 지 삼년이 지났는데도 정사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보다 못한 관리 하나가 나서서 장 왕을 깨우쳤다.
"새 한 마리가 남쪽 언덕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 나도록 날지 않고 또 울지도 않습니다. 이런 새를 무어라 부르 시겠습니까?"
"그새가 3년 동안이나 날아오르지 않는 것은 날개의 힘을 기 르기 위해서요, 울지 않는 것은 주의를 살피기 위해 그러는 것 이오. 하지만 일단 날기 시작하면 하늘 높이 치솟아오를 것이 며, 한 번 울면 세상 사람들을 모두 놀래킬 것이오. 경의 뜻은 알겠으나 조금만 더 두고 보시구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반년이 지나자 정무에 나서서 일을 처리하는데 엄정하고 예리했다. 불필요한 법령 열 가지를 폐지 했고 대신 아홉 가지 법령을 새로 제정했다. 또 무능한 중신 여 섯 명을 파면하고 여섯 명의 현자를 새로 등용하여 혁신을 꾀 했다. 그런 다음 제나라와 싸워 크게 이기고 진(晋)나라를 패퇴 시켰으며 여세를 몰아 뭇 제후들을 굴복시키고 맹주가 됨으로 써 마침내 천하의 패권을 손에 넣었다.
장왕의 눈부신 패업은 그가 눈앞의 작은 이익을 취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나날이 힘을 축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노자는 `큰 그릇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으며, 큰 소리는 자주 나 지 않는 법(→대기만성 대음희성 ; 大器晩成 大音稀聲)`이라고 말한 것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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