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서로 비슷비슷한 숙질간이 함께 길을 가다가 어느 객사에 묵
게 되었더니, 주인 부처가 얇은 벽을 격한 방에서 밤이 깊은 뒤에 밤새
도록 갖가지 재주를 다하며 일을 시작하는데, 조카는 마침내 잠을 이
루지 못하고, 그 소리를 듣고 손으로 그 숙을 잡아 흔든즉, 숙이 깊은
잠에 빠져 깨지 못하는지라 이튿날, 그 숙에게,
『지난밤 이러이러한 재미있는 현상을 보았습니다.』
하니,
『어째서 나를 깨워 그것을 함께 구경케 하지 않았느냐.』
『그럴 리 있습니까? 암만 흔들어도 아저씨께서 통히 일어나셔야지
요.』
그 아자비가 제기랄 하고 탄식하며,
『오늘 하루만 더 묵어서 우리 그짓 하는 것을 좀 보고 가자. 오늘
저녁에 내 명심하고 자지 않고 기다리리라.』
하고 병을 핑계삼아 하루 더 묵게 되었다.
그날 밤도 깊었으나 주인의 음사(淫事)가 마침내 동정(動靜)이 없
는지라, 숙은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더니, 깊은 잠이 들기 전에 벽을
격한 방에서 주인이 처의 옷을 벗기는 소리가 부시럭거리거늘, 그
조카가 아자비를 흔든즉 숙이 비몽사몽간에, 크게 기뻐하며 큰소리로,
『주인놈이 그 일을 정말 시작했느냐?』
하니 주인이 듣고 놀라 음심(淫心)이 위축하여 다시 하지 못하는지
라. 이틀이나 헛되이 여관이 머물러 있다가 마침내 주인놈의 행락하
는 광경을 보지 못하고 헛되이 밥값만 치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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