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산파가 어느 산가(産家)에 왕진을 갔는데, 그 집에 한 탕자가 있
어 산파의 자색이 아름다움을 보고, 딴 생각이 나서 돌아가 빈집을 한
채 얻고 병풍과 족자 등의 가구를 벌려 놓은 다음, 그 방을 캄캄하게
한 후에 탕자가 벌거벗은 몸으로 이불 속에 드러눕되, 뜰에는 약탕관
을 베풀게 하여, 여종으로 하여금 일부러 궁귀(芎歸) 등속을 찌게 하
여 교자(轎子)를 보내서 산파를 영접해 왔거늘, 산파가 곧 방안으로
들어온 후에 병풍을 열고 손을 이불 속에 들이밀어 아이밴 어미의 윗
배(上腹)로부터 아래로 이르도록 살펴 널리 주물렀는데 배가 별로 부
르지 않고 높지 않은지라,
산파가 의심하여 다시 여러번 아래위를 어루만지는데 음문(陰門)
가까운 곳에 이르니 그 물건(陽物)이 크게 뻗쳐서 배꼽을 향하여 누
워 있거늘, 산파가 크게 놀라 뛰어나오니, 여종이 희롱해 묻되,
『우리집 가시내가 어느 때나 해산을 하겠습니까?』
산파 가로되,
『어린아이의 머리가 먼저 나오면 순산이요, 발이 먼저 나오면 역산
(逆産)이요, 손이 먼저 나오면 횡산(橫産)이로되, 이 아이는 신(腎)이
먼저 나오니, 이제 비로소 처음 보는 것인데 하물며, 그것(陽物)의 크
기가 너의 할아비의 대가리보다 큰지라 그런 고로 졸지에 순산키 어
렵겠노라.』
하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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