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선거는 바람인 것을…

eorks 2015. 11. 13. 00:17
학교법인 동서학원 설립자 장성만 박사의 1인 3역
역  경  의   열  매
선거는 바람인 것을…
    "하나님, 저를 도와 주세요. 하나님의 뜻에 따를 것입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정치는 바람인 것을. 바람 앞에서는 모든 것이 속수무책인 것을, 정책도, 공약도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나는 정치를 몰랐었다.
    고난은 몰약과 같다. 우리를 괴롭히는 고통, 패배, 가난, 분노, 슬픔, 열등감 등이 때로는 인새의 좋은 향로가 될 수 있다. 고통은 연단을 거쳐 삶의 향기를 발한다. 그러 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숨만 내쉬는 비관적인 사람에게 는 고난이 `인생의 독극물`이 된다. 하나님은 낙관적인 인 생관을 가진 사람을 사용하신다. 몰약은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께 바친 선물이다. 그것은 아주 향기로운 향로다. 몰약의 주성분은 작고 거친 가시나 무의 껍질에서 추출한 액체다. 이 악취나는 수액을 수차례 정제해 고급 향로를 만든다. 정제의 과정이 없는 몰약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액체일 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고난 없는 인생이 어디 있는가. 문제 는 이 고난을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이다. 삶의 고난을 몰 약처럼 잘 정제하면 향로인생을 살 수 있다. 12대 국회 후반기에 나는 뜻하지 않게 중책을 맡게 되어 다. 국회의장 · 부의장 선거에서 이재형 의원이 165표를 얻 어 국회의장에, 내가 160표를 얻어 부의장에 선출된 것이 다. 재선의 국회부의장은 분명히 이변이었다. 나는 당선 인사를 통해 용광로 같은 국회를 만들자고 호 소했다. 계층 · 세대 · 지역 간 불화와 갈등을 국회에 수렴 해 용해시키는 국회가 되자고 역설했다. 나는 일단 짐을 싸서 부의장실로 옮겼다. 공간도 널찍하 고, 비서진도 증원이 되고, 관용차도 지급됐다. 이제는 지 역구를 관리할 시간적 여유도 갖게 됐다. 의장단은 입법부 를 대표해 외국 손님을 맞는 일이 많았다. 한국에 주재하 고 있는 외국 대사를 접견하는 일도 중요한 업무였다. 지 금까지는 `정책`에 몰입했으니 이제부터는 조금씩 `정치` 를 배우는 시기였다. 1987년 12월 16일. 제 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됐다. 김영삼, 김대중 씨의 대선 후보 단일화는 결국 실패 로 끝난 것이다. 정국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특히 선거 법 개정안을 놓고 각 당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렸다. 정 당들은 철두철미하게 자신들의 이익에만 급급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경우, 선택의 길은 하 나뿐이었다. 그것은 다수결원칙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를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재형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열어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려 했으 나, 번번이 야당의 물리적인 힘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 다. 의장석에 올라가려다 세 차례나 저지를 당한 것이다. 고령의 이 의장은 매우 지쳐 있었다. 그는 나에게 그 임무 를 맡겼다. "장 부의장, 내가 몸이 매우 지쳐 있어요. 집에서 좀 쉬 어야겠어요. 오늘 밤 마무리를 좀 부탁해요." 이 의장은 공관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제 사회권이 내게 부여됐다. 한 나라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법안을 확정하 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때 어느 의원이 내게 충고를 해 왔다. "부의장이 단상에 오를 필요가 없어요. 본회의장 중앙홀 이나 별실에서 변칙적으로 안건을 통과시키면 됩니다. 물 리적 충돌을 피하려면 중앙의 복도를 이용하는 수도 있어 요. 의사봉을 쳐서 선언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나는 반대의사를 표했다.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경호권을 발동해서라도 의장석에 올라가 당당하게 안건을 통과시킬 것입니다." 중요한 안건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것은 신앙 양심으로도 허락되지 않는 행위였다. 일순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끄러운 짓을 할 수는 없었다. 정 말 만감이 교차했다. 지금까지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분야에서 일해 온 나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 다. 정치와 정책은 분명히 달랐다. 여야가 신경전을 치르는 가운데, 벌써 시간은 새벽 1시 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나는 국회의장석에 올라가서 소선거구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켜 버렸다. 그때가 1988년 3월 8일 오전 1시 11분이었다. 야당의 반대를 무 릅쓰고 단상에 오른 운명적이 밤이었다. 이 사건이 향후 나의 인생 진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 란 말이 있다. 그 말은 진리다. 좋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 만은 아니고 나쁜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인생 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멀리 바라 보아야 한다. 당장 눈앞의 것에만 급급하면 큰 것을 보지 못한다. 선거법을 개정하는 역사적인 현장에서 사회를 본 것으로 인해 혹독한 아픔을 겪게 됐다. 나는 그것도 필요한 아픔 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사태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만약 이 일로 인해 내게 커다란 역 경과 시련이 주어진다면 그것을 몰약의 재료쯤으로 받아들 이리라. 1988년 4월 26일 제 13대 총선이 치러졌다. 나는 민정당 공천을 받아 부산 북갑에 출마했다. 그동안 지역사회를 위 해 일해온 것을 정당하게 평가받고 싶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키워드는 `바람`이었다. 정치바람 앞 에서는 업적, 봉사, 지역발전 등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 상 대 진영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것을 집요 하게 물고 늘어졌다. "하나님, 마지막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도록 도와 주시옵 소서, 이전투구에 절대로 말려들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정치인이 자신의 업적 에 의해 평가받지 못하고 지역감정과 바람에 좌우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이미 양김 씨의 바람은 영호남을 관 통하고 있었다. 설상가상 각종 중상묘략이 난무했다. 자고 일어나면 악성 루머가 새로 생겨났다. 선거운동원들이 폭 행당해 입원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운동원과 가족들의 고 군분투가 눈물겨웠다. 특히 아내의 고생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번은 대학에 다니던 아들이 울음을 터뜨리며 한탄했다. "이건 정말 견딜 수 없어요. 아버지가 도둑으로 매도되고 있어요. 언제까지 참고만 계실 건가요." 정치는 참 잔인했다. 개인의 인격은 무참히 짓밟혔다. 항 변 하면 할수록 의혹만 커질 뿐이었다. 가족이 살고 있던 서울의 연립주택 사진을 찍어 대형 호화주택에 살고 있는 양 호도했다. 내가 사는 집은 1동 9호였다. 마치 연립주택 전체가 나의 집인 것처럼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실족하지 아니하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이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시편 121편 1~3절) 나는 기도하고 성경을 묵상하며 마음의 상처를 달랬다. 상대와 동일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은 견딜 수 없는 부끄 러움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집에 들어오면 곧 곯아떨 어졌다. 아내와 운동원들은 초조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 반 면, 나는 항상 숙면을 취했다. 나의 이런 태도가 그들에게 는 많이 서운했을 것이다. 지독히도 낙천적인 성격 탓이었다. 아내는 "도대체 누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건지 모르 겠다"며 핀잔을 주었다. 어떤 시련을 만나도 기도하고 나 면 마음이 평안해졌다. "하나님, 저를 도와 주세요. 하나님의 뜻에 따를 것입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정치는 바람인 것을, 바람 앞에서는 모든 것이 속수무책인 것을. 정책도, 공약도 아무 소용없 다는 것을. 나는 정치를 잘 몰랐었다. 국회의원 임기 동안 열심히 일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에 관심이 없었다. 선거 결과는 참패였다. 민주당 후보에게 큰 표 차로 패한 것이다. 60년을 살아오면서 맛본 첫 패배였다. 선거운동원들의 은혜를 결코 잊을 수 없다. 그 은혜에 보 답하는 길은 보란 듯 재기하는 것이리라. 나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선거 패배에는 반드시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입니다. 그 뜻이 무엇인지 저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오히려 마음이 평안했다. 하나님을 믿는 백성에게는 절 망이 없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기 때문이다. 나 는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다. 이 실패의 배후에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이 움직이고 있음을 믿는다. 패배는 순간일 뿐 이다. 희망은 영원한 것이다. 이제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 서리라.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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