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두 남자가 숨을 헐덕이며 나에게 달려왔다. 그들은 친구
사이었다. 한 사람이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하여 거액으을 빌려 주
었다고 한다. 그런데 돈을 갚을 때가 되자 빌려 준 사람은 500만 원
이라고 하고, 빌린 사람은 200만 원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내가 할 일은 우선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 내는 것이
었다. 그래서 우선 한 사람씩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그 다음
에는 두 사람을 함께 만나서 이야기해 보았다. 나는 그들에게 다음
날 아침 한 번 더 나에게 오라고 하고, 그때 판정을 내리겠다고 말
해 주었다.
두 사람이 돌아간 후 나는 서재에서 여러 가지 참고할 만한 책을
찾아보았다. 500만 원을 빌려 주었다고 하는 사람과 200만 원밖에
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어떤 심리 상태에 있는가를 연구
했다. 물론 증서가 있다면 문제는 없는데, 유태 사회에서는 친구에
게 돈을 빌려 줄 때는 증서를 만들지 않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내 머릿속은 너무 복잡했다. 200만 원밖에 빌리지 않았다고 주장
하는 사람은 전혀 아무것도 빌리지 않았다고 말해도 별반 다를 게
없지 않는가, 나에게 와서 500만 원을 빌려 주지 않았으면서도 500
만 원 빌려 주었다고 주장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탈무
드에 이런 가르침이 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는 아주 철저하게 한다. 반면에 자기에게
불리한 것을 조금이라도 말하는 사람의 말은 신뢰해도 된다. 왜냐하
면 그에게는 아직 약간의 정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사
자 두 사람을 대질할 경우에는 여간해서 거짓말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는 500만 원을 기일 내에 반드시 돌려 주겠다
고 생각하고 빌렸다 하더라도, 막상 기일이 되어 200만 원밖에 없
을 경우, 200만 원밖에 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있을 수 있
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빌려 준 사람도 사실과
달리 500만 원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500만 원을 당신에게 빌려 준 사람은 큰 부자여서 그 돈이 없어
도 별로 어려움을 겪지 않을 사람이오. 만약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
스라엘로 돌아오는데 경비가 필요하다든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
갑자기 돈이 필요하여 빌리러 갔을 때 당신이 돈을 제대로 갚지 않
는다면 그 제3자는 절대로 돈을 빌릴 수가 없을 것이오. 유태의 돈
은 언제나 돌고 도는 것이오. 그래도 당신은 200만 원밖에 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겠소?"
나는 그를 교회로 데리고 가서《구약 성서》에 손을 얹고 200만 원
밖에 빌리지 않았다고 맹세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태도
를 바꾸어 `사실은 500만 원을 빌렸다`고 자백하였다.
유태인이 아닌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유태인에게 있
어서 교회에서《구약 성서》에 손을 얹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구약 성서》에 손을 얹고 거짓말하는 사람은 전문적인 범죄자 이외
에는 없다. 그 대신 성서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아주 중대한 문제
가 아니면 사용되지 않는다. 성서에 손을 얹으면 99.8퍼센트의 사
사람들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맹세란 중대한 것
이며, 경건한 것이다.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 법정에서 손을 들어 맹세하는 풍습은 이것
에서부터 기원한 것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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