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에서 개를 기르고 있었다. 그 개는 가족들의 사랑을 한몸
에 받고 있었다. 특히 아들 중의 하나가 그 개를 매우 귀여워하여
잠잘 때도 침대 아래에서 자게 하는 등 형제처럼 돌보아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개가 죽었다. 아버지는 어떤 개나 죽기 마련이
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들은 자기가 형제처
럼 소중히 여겼던 충실한 친구를 잃게 된 것을 몹시 슬퍼하면서 그
개를 집 정원에 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개가 인간과 다른
것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그 아들로서는 도저히 개를 다른 곳
에 묻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정원에 개를 묻는 것을 반대하여 가족 사이에 대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아버지가 나에게 의견을 구하면서, 유태 전통에 개
를 매장하는 무슨 의식이 없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전화로 들었을 때 무척 당황했다. 이제까지 여
러 가지 문제를 상담했지만 개에 관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나
는 개를 잃은 아들의 슬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그의
집을 한번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유태에서는 라비가 전화로 상담
을 하지 않는 것이 관습이며 본인을 마주 대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집을 방문하기 전에 먼저 탈무드를 펴놓고 개에 관한 전
례를 조사해 보았다. 그런데 탈무드 속에 마침 참고할 만한 이야기
가 있었다.
고대 이스라엘 농촌에는 뱀이 많았다. 어느 한 농가에서 우유병
속으로 뱀이 들어갔다. 그런데 그 뱀은 독이 있는 뱀이었기 때문에
우유 속에 독이 녹아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것을 본 것은 그
집 개뿐이었다.
식구들이 우유병에서 우유를 따르려고 하자 개가 맹렬히 짖어 댔
다. 개가 왜 저렇게 요란하게 짖어 대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가족중 한 사람이 우유를 마시려고 하자 개가 달려들어 우
유를 넘어뜨리더니 그것을 핥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는 곧 죽
어 버렸다. 그때야 비로소 가족들은 우유 속에 독이 들어 있음을 께
달았다. 그리하여 당시의 라비들은 이 개에게 경의를 표하고 칭송을
그치지 않았다.
나는 그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탈무드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부친의 반대는 차츰 수그러들어 결국 그 개는 아들의 희망대로 정원
에 묻히게 되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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