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駐日) 미군에는 군목(軍牧)으로서 라비가 있다. 그리고 그들
은 대개 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내
가 원로와 같은 존재로 여겨지는 듯했다. 그들은 문제가 있을 때 나
를 찾아오거나 전화로 상의를 해 오곤 한다.
한 번은 젊은 라비 한 사람이 나를 만나러 왔을 때, 마침 어떤 부
부가 문제를 상담하러 왔다. 그래서 그 부부에게 라비 두 사람이 함
께 애기를 들어도 좋으냐고 물어 승락을 얻었다. 부부 문제를 상담
할 때는 부부를 동석시킨 채 이야기를 시키면 서로 싸우게 되므로
따로 만나야 한다. 한 사람씩 불러 이야기를 들어 보니 실은 둘 다
상대방을 아끼며,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부부 문제는 인내
심과 동정심을 가지고 대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이때도 나는 우선 남편에게 이야기를 시켜 그의 말에 수긍을 하면
서 그의 이야기가 타당성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다음에는 부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의면서 그녀의 말도 아주 합당하다고 말해 주었
다.
두 사람이 나간 뒤 나는 젊은 라비에게 물었다.
"당신이라면 어떤 식으로 해결을 하겠습니까?"
그러자 그 라비는 엉뚱한 말을 했다.
"저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남편의 이야기도 옳
다고 하고 부인의 이야기도 옳다고 하셨습니다. 두 사람은 각기 전
혀 다른 이야기를 했는데 어찌하여 둘이 모두 옳다는 겁니까?"
그래서 나는 그의 이야기도 옳다고 말했다.
독자 여러분은 이 해결 방식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우
유 부단한 사람으로 여겨지지는 않는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관계 속
에 있는 경우에 당신은 옳다. 당신은 그르다는 식으로 판결하기가
무척 힘들게 된다. 그리고 섣부른 판결은 오히려 문제를 더 복잡하
게 할 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양자의 열전 상태를 냉각시키는 일
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자의 논리를 모두 인정해 주고, 그에 따라
양자가 냉정을 되찾기를 기다린 후에 서로 화해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갈등에는 어떤 이유를 붙이는 양자의 이야기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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