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분명히 의관 자제가 출생하리

eorks 2019. 3. 27. 00:12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은 유머였다.
[제1ㅡ38화]분명히 의관 자제가 출생하리
이(李)씨 성을 가진 한 선비가 여색을 매우 좋아했다. 하루는 친분이 두터운 몇 사람과 함게 한 친구 집에서 술을 마시고 놀게 되었다.

그런데 마침 이 집에는 분금이란 이름을 가진, 바느질하는 여 종이 있었는데 매우 예쁘고 고왔다. 이씨는 거나하게 술에 취해 분금을 보는 순간, 껴안아 놀고 싶은 충동이 일어 도저히 참고 견딜 수가 없었다.

곧 이씨는 살그머니 술자리에서 빠져나와 억지로 분금의 손 을 잡아끌고 옆방으로 갔다. 이씨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끓어오 르는 정감을 억제할 수가 없어서 급한 마음에 분금의 하의만 얼 른 벗기고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 자기는 겨우 오른쪽 신발만 벗 고 왼쪽 발에는 신을 신은 채, 의관은 그대로 갖춘 상태로 허리 띠만 풀어 분금의 몸 위에 겹쳐서 작업을 개시했다.

술자리에 있던 친구 하나가 이씨가 없어진 것을 알고,

"이 사람 또 무슨 짓을 하려 간 모양이구먼."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와 옆방 창문을 통해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는 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는 억지로 웃음 을 참으면서 자리로 달려와 얘기하는데, 하도 우스워서 말을 잇 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잘 들어 보게, 아마도 열 달 뒤에는 분금이가 틀림없이 의관 을 갖추어 입은 선비 `의관 자제(衣冠子弟)'를 출산하게 될 것일 세, 저 친구 의관을 갖추어 입고 아이를 만들고 있으니 안 그렇 겠나?"

이 말을 들은 친구들이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리둥 절해하다가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는 우르르 옆방으로 몰려가 들 여다보니, 이씨가 과연 의관도 벗지 않은 채 애정 놀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맞아, 분명히 훌륭한 선비가 출생할 것임에 틀림없어."

친구들은 이렇게 말하고 웃으면서 자리로 돌아왔다.<조선 중기>


......^^백두대간^^........白頭大幹

'조선왕조 때 유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슴 새끼와 조상의 묘역  (0) 2019.03.29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려  (0) 2019.03.28
성인(聖人)이라야 성인을 안다  (0) 2019.03.26
기이한 치료법  (0) 2019.03.25
극락이라 해도 가지 않겠다.  (0) 2019.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