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극락이라 해도 가지 않겠다.

eorks 2019. 3. 24. 06:58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은 유머였다.
[제1ㅡ35화]극락이라 해도 가지 않겠다.
이씨(李氏) 성을 가진 한 호걸 장군이 넉넉한 살림살이에 아 무 어려움 없이 한평생을 살고, 늙어 병이 들어서 의원을 청해 진맥을 부탁했다.

"내 나이가 많아 기운이 쇠잔해져 병이 난 것 같으니 자네가 내 병을 고쳐 주면 많은 보상을 하겠네."

이 말을 들은 의원이 방안을 한 바퀴 둘러보니, 장군은 비단 이불을 덮고 평온하게 누워 있는데, 왼쪽에는 아름답게 치장한 여인들이 죽 앉아 있고, 오른쪽에는 거문고와 가야금 등 각종 악 기가 나열되어 있으며, 앞쪽에는 술과 고기가 가득 차려진 술 상이 놓여 있었다.

의원은 아무 말 없이 정중하게 진맥을 한 다음, 엄숙한 표정 을 지으며 이렇게 이르는 것이었다.

"장군님, 잘 들으십시요, 병을 고치고 더 오래 장수하시려면, 여기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것들을 모두 치우시고 앞에 놓인 술 상도 물리치시어, 이러한 것들을 결코 가까이하지 않으셔야 합 니다."

이 말을 들은 장군은 손을 좌우로 내져으면서 말했다.

"의원, 내가 병을 고쳐 더 오래 살려고 하는 것은 이런 것들 과 더불어 젊은이 못지않게 더욱 즐기면서 살고자 함인데, 만약 이것들을 치우라고 한다면 비록 백 년을 더 산다고 해도 내 하지 않겠네, 자네는 그냥 물러가게나."

이에 의원은 웃으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러가더라.
며칠후, 옛날에 도움을 입업던 선비 한 사람이 병문안 차 장 군을 방문하여 이렇게 이르는 것이었다.

"장군께서는 마땅히 술과 고기를 물리치고 염불을 하면서 몸 을 단정히 하시면 부처님의 은덕을 입어 극락세계로 가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부디 염불을 부지런히 하십시요."

이 말에 장군이 큰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

"이 사람아, 거기 극락세계인가 하는 곳에 가면 지글지글하 게 구운 돼지머리 안주며 알맞게 데운 맑은 삼해주(三亥酒)와, 그리고 고운 옷을 입고 아름답게 치장한 예쁜 기생들이 기다리 고 있다고 하던가?"

"아 장군님, 극락세계에 그런 것들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보지 않아 모르겠습니다만, 일을 하지 않아도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 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 장군은 손을 내저으면서,

"그만두게나, 나는 극락세계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좋은 곳이 있다고 해도 그런 것들이 없으면 가지 않겠으니, 자네는 더 말하지 말고 물러가게나."
하고는 돌아누워 눈을 감아 버리더라.<조선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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