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닭들도 포천(抱川)에 가려고

eorks 2019. 3. 22. 00:19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은 유머였다.
[제1ㅡ33화]닭들도 포천(抱川)에 가려고
한 선비가 아침 일찍 포천에 갈 일이 있어서 여종을 불러 깨 우고 이렇게 일렀다.

"얘야, 어서 일어나 아침밥 지어라, 오늘은 일찍 포천에 가야 할 일이 있으니 빨리 아침밥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일어나려 하는데, 새벽잠을 깬 부인이 바가지를 붙잡고 도무지 놓아주지 않았다. 부인은 아침 기분이 고조되어 도저히 이대로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는 무언의 시위를 하는 것이었다. 그 래서 선비는 알았다는 듯이 다시 옷을 벗고 아내를 끌어안아 눕 히고는 소원을 풀어 주겠노라고 했다.

부인은 남편의 살토막이 몸속 부드러운 곳으로 파고드는 순 간, 새벽 분위기에 젖어 다른 때보다 몇 배 더 상승되는 감동 을 느꼈다. 의식을 잃을 정도의 황홀감에 젖어 연속 탄성을 크게 토하며 안개 속으로 빠져들어 혜매었다.

이 때 옷을 입고 눈을 비비며 아침밥을 지으러 나오던 여종이 안방 앞을 지나다가 흘러나오는 마님의 신음 소리를 듣고는 방 안에서 한창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여종은 아직 어려서 그것이 어떤 상황인지를 자세히는 몰랐 지만, 길거리나 뜰에서 암놈과 수놈 개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 고, 또 수닭이 암닭 위에 올라앉아 납작 엎드려 교미하는 것도 보아, 어렴풋이 신체의 어느 부위가 맞닿는 그런 것이려니 하는 짐작은 하고 있었다.

여종은 안방 문 앞에 서서 한참 동안 그 몽롱하게 들리는 마 님의 신음 소리를 듣다가 싱긋이 웃으면서,

"음, 서방님이 포천에 가시려면 저렇게 하고 가셔야 되나 보 다. 포천 갈 준비는 저렇게 하는구먼....,"
하고 중얼거리고는 얼른 밥지을 준비를 서둘렀다.

여종이 절구에 쌀을 넣고 방앗공이로 절구질을 하면서 묘한 상상에 잠겨 있는데, 이 때 마침 우리에서 막 나온 닭들이 뜰에 서 모이를 쪼다가 여종이 절구질하는 바로 그 옆에서 수닭이 암 닭의 등에 올라타 교미를 하는 것이었다.

이를 본 여종은 무심결에 발로 탁 차면서 크게 소리쳤다.

"이것들아 저리가! 너희들도 그러는 것을 보니 아침밥 먹고 일찍 포천에 가려고 준비하는 게로구먼,"

방안에서 막 일을 끝낸 선비 부부가 여종의 소리치는 그 말을 듣고는 마주보며 한바탕 웃더라.<조선 후기>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