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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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ㅡ34화]가까이하는 염라대왕 사자
여러 관직을 두루 맡고 치사(致仕: 관직에서 퇴임함)한 한 늙
은 재상이 한가로이 살면서 많은 첩들을 주위에 두고 밤이면 함
게 애정 놀이를 즐기며 살았는데, 어느 날 어릴 때 지우(知友)였
던 한 선비가 찿아왔다.
서로 인사를 나눈 다음, 선비는 재상이 거처하는 방안을 한
바퀴 빙 둘러보고는 대뜸 다음과 같이 말하며 웃었다.
"자네는 아직 염라대왕이 부르지 않았는데, 요즘 자진하여
염라대왕 사자와 놀고 있는 모양일세."
재상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모르고 응수하기를,
"아니, 아무리 나이가 많기로서니 저승과 이승이 엄연히 구
분되어 있는데, 아직 죽지도 않은 내가 어찌 염라대왕 사자와 상
대를 한단 말인가? 자네, 내가 늙었으니 빨리 죽으라고 하는 말
같은데, 나 아직 이렇게 자내보다 더 건강하다네."
하면서 팔을 걷어 보여 주었다.
그러자 선비 친구가 크게 한바탕 웃고 말했다.
"자네를 빨리 죽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 더 오래 살라고 한 말
일세, 내 둘러보니 주위에 여러 첩들이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자
네를 받들고 있으니, 이 여인들은 자네의 기력 소모를 촉진시키
는 일밖에는 하는 일이 없지 않는가? 그러니 이들이 모두 염라
대왕 사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선비는 이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재상의 여러 첩들을 하나
하나 가리키면서 웃었다.<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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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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