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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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ㅡ12화]오성에게 속은 한음
일찍이 오성과 한음 두 사람이 함께 절에 가서 독서를 했다.
하루는 오성이 집에 다니러 간다고 하니, 한음이 오는 길에 자기
집에 들려서 자기 아내에게 말하여 어떤 책을 좀 갖다 달라고 부
탁했다.
오성이 다녀와서는 한음이 부탁한 책을 전하면서 다음과 같
이 천천히 말했다.
"한음, 이번에 내가 자네 집에 가서 부인의 가슴을 만지
며 은밀히 관계를 가졌으니, 이제부터는 자네와 친구하기가 좀
어색하게 되고 말았네그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음이 열이 올라, 정말 자기 아내가 쉽
게 몸을 허락하더냐고 캐물으니, 오성은 웃으면서,
"다른 것은 말할 것 없고 그 증거가 있네그려, 자네 부인 가
슴에 붉은 점이 하나 있지 않는가? 그것을 내가 알고 있다면 알
만하지 않는가? 그것으로 충분하지?"
하고, 옷을 벗겨서 분명히 보았다는 듯이 말했다.
이 얘기를 들은 한음이 아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음 아내의 가슴에는 붉은 점이 하나 있는데, 옷을 입고서는 볼
수 없는 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화가 난 한음은 이튼날 아침에
바로 절을 떠나 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화를 내며 종을 시켜
아내를 친정에 데려다 주라고 소리쳤다.
그런데 본래 한음의 아내는 몸이 크고 힘이 센 여장부여서,
남편의 그 말에 맞서면서 무슨 까닭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한음
은 여자가 부정을 저질렀으니 잔말 말고 어서 친정으로 가라고
했다. 부인은 무슨 소리냐면서 맞서 싸워 집안에 큰 분란이 일어
나고 말았다.
이 때, 그럴 줄 알고 절에서부터 한음의 뒤를 밟아 따라온 오
성이 나타났다. 오성은 곧 한음에게, 화내지 말고 부인에게 웃옷
을 벗고 방문 앞에 좀 앉아 있게 하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한음
은 영문도 모른 채 부인에게 오성의 말을 전하고는, 저고리를 벗
고 방문 앞에 잠시 앉아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오성은 한음의 손을 이끌고 사랑채로 나와 마루
에 앉게 한 다음, 쥐가 뚫어 놓은 판자 구멍으로 안채에 앉아 있
는 부인을 보라고 했다. 한음이 시키는 대로 앉아서 쥐구멍을 통
해 안채를 들여다보니, 저고리를 벗은 자기 부인 가슴에 있는 붉
은 점이 선명하게 보였다.
전날, 오성은 한음의 부탁으로 책을 가지러 와서 사랑채 마루
에 앉아 있다가, 우연히 쥐가 뚫어 놓은 구멍이 보이기에 호기심
에서 그 구멍을 들여다보았었다.
그랬더니 한음 부인이 웃옷을 벗고 안방 문 앞에 앉아 이를
잡고 있었는데, 그때 가슴의 붉은 점이 보였던 것이다. 이렇게
본 것을 가지고 오성은 거짓말을 꾸며서 한음에게 얘기한 것이
었다.<조선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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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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