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장인을 놀려 준 오성 대감

eorks 2019. 5. 15. 00:06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3부 기발한 처치, 웃음이 절로 나오고
[제3ㅡ10화]장인을 놀려 준 오성 대감
오성 대감 이항복의 장인은 권율(權慄) 장군이다. 이항복은 권율의 무남독녀와 결혼해 처가에서 함께 살고 있었고, 또한 함 께 조정 대신으로 있었다.

어느 더운 여름날 아침, 대궐로 출근하기 직전에 이항복은 장 인 권율에게 이뢰었다.

"장인 어른, 오늘은 날씨가 무척 더우니 대궐로 출근하실 때 에 버선을 신지 말고 맨발에 가죽신만 신고 들어가시지요."
이렇게 장인을 위하는 채하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권율은 고맙게 여기며 정말 버선을 신지 않고 대궐로 출근했다. 그러고 여러 대신들과 함께 임금 앞에 입시(入 侍)했는데, 갑자기 함께 자리해 있던 이항복이 임금에게 아뢰는 것이었다.

"전하, 오늘은 날씨가 너무 더워 대신들의 고통이 심할 것 같 습니다. 대신들에게 신을 모두 벗게 하고 버선발로 시원하게 앉 아 있도록 하는 은전을 베푸시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이렇게 또 대신들을 위하는 체하며 아뢰었으나, 사실은 버선 을 신지 않은 장인을 무안하게 하려는 장난이었다.

이 말에 임금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동의했고, 그래서 대신들에게 차례로 신을 벗게 하니, 권율은 버선을 신지 않아 부 끄러워 신을 벗지 못하고 어물대고 있었다.

그러나 임금은 권율의 가죽신이 너무 빡빡하여 벗기가 어려 운 줄로 알고, 내관에게 명하여 그를 도와서 신을 벗게 했다. 그 러자 권율의 맨발이 노출되었고, 이를 본 대신들은 모두 눈을 둥 그렇게 뜨고 의아했다.

곧 권율은 임금 앞에 엎드려 아뢰었다.

"황공하옵나이다. 아침에 신의 사위 이항복의 꾀에 속아 이 렇게 되었사옵니다. 소인의 사위에게 벌을 내리소서."

이와 같이 아뢰니, 얘기를 들은 임금은 손뼉을 치며 웃었고, 앉아 있던 대신들도 이항복을 쳐다보며 배를 쥐고 웃었다.

다른 날 이항복은 장인 앞에서 남산의 봉화를 가리키며,

"장인 어른, 저 산에 불이 났습니다."
하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에 장인이 깜짝 놀라 일어서면서 어디냐고 물었다. 그 때 이항복이 봉화를 가리키니 장인은 다시 앉으면서, 잘 살피지도 않고 경솔하게 말한다며 꾸짖었다.

그러고 며칠 뒤 어느 날 아침, 장인이 대궐로 입궐하려고 관 복을 입고 앉아 있는데, 이항복이 장인의 관복 뒷자락에 살짝 불 을 붙였다. 그래 놓고 이항복은 천천히 천연스럽게 말하는 것이 었다.

"애써 고생해 누에를 쳐서 고치가 만들어지고, 그것을 켜서 실을 뽑아 베를 짜고, 정성 들여 기워 옷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불에 타고 있으니 아깝구나."

이러는 동안에 옷자락이 다 타니, 그때서야 옷에 불이 붙은 줄 안 장인은 급히 관복을 벗으면서 사위에게 빨리 말하지 않았 다고 나무랐다. 그러자 이항복은 머리를 숙이며,

"장인 어른, 전에는 경솔하게 말한다고 꾸짖으셨고, 이번에 는 천천히 말했는데도 또 꾸짖으시니 어찌면 좋습니까?"
하고, 작은 소리로 투덜대며 돌아앉아 웃었다.<조선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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