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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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ㅡ8화]일을 성사시켜 준 한명회(韓明澮)
권람(權擥)의 집에는 매우 예쁜 어린 여종이 있었는데, 부인
이 시집올 때에 같이 따라온 부인 유모의 딸이였고, 그 여종의
이름은 종(種)이었다.
권람은 이 여종의 막 피어나는 듯한 예쁘고 야들야들한 앳된
모습에 마음이 끌려, 좀 데리고 놀고 싶은 충동이 태산같이 일어
났다. 하지만, 부인이 무서워 감히 가까이하지 못하고 애만 태우
고 있었다.
하루는 친한 친구인 한명회에게 그 얘기를 하며, 무슨 좋은
계책이 없겠느냐고 상의했다.
그랬더니 며칠 후 한명회가 찾아와서 한 꾀가 생각났다고 하
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자네가 갑자기 몹쓸 병이 나서 집을 피해 있어야 한다고 부
인에게 말한 다음, 남의 집에 가서 며칠 동안 있게나, 그리고 괴
화탕(槐花湯)이란 누런 색갈의 약을 온몸에 발라서 황달병에 걸
린 사람처럼 보이게 꾸미고 있으면,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
할 테니까."
이 말에 따라 권람이 이런 모습으로 환자처럼 꾸미고 남의 집
에 피해 있는 동안, 한명회는 권람의 집으로 가서 그 부인을 만
나 친구의 병에 대해 큰 걱정을 하면서, 잘못하면 죽을 것 같다
고 슬쩍 위협을 주었다.
권람의 부인은 이 말을 듣고 어쩔 줄 몰라 당황하면서 무슨
방도가 없겠느냐고 물었다.
이 때 한명회는 자신의 작전이 성공할 것 같아 기쁨을 감추지
못했지만 좀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고 말하고는, 그 옆에서 근심
스러운 얼굴로 듣고 서 있는 부인의 유모, 곧 여종의 어미를 살
짝 불러냈다.
"친구 권람의 병은 유모의 딸 `종'을 가까이하고 싶어 난 병
이니, 그 아이를 방에 넣어 동침시키지 않으면 어떠한 약으로도
고칠 수가 없어, 우선 그 아이를 가까이라도 있게 해주어야 하겠
는데, 유모가 부인에게 잘 말해 딸을 그 방에 넣어 줄 수 있도록
주선해 주게나."
이렇게 일러 주고는 들어가서 깊이 생각해 보라고 했다.
부인의 유모는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부인에게로 갔다. 그리
고 얼마 후에 돌아와서는,
"아씨마님게 상의드렸더니 주인 어른의 병을 위해서는 그렇
게라도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허락하였사옵니다."
하며 딸을 보내기로 했다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일관한데 물어
서 좋은 날을 받아 주인 어른 방에 딸을 넣어 주겠다고 분명하게
약속하는 것이었다.
유모의 얘기를 들은 한명회는 곧장 권람이 누워 있는 곳으로
가 기뻐하면서 이 소식을 알리고 말했다.
"일이 성사되었지만 조급하게 굴면 실패하기 쉬우니 조심하
게나, 그리고 그 아이 아직 어리니 아프지 않게 차근차근 잘 다
루게, 뒷일은 나는 몰라."
이러고 한명회는 웃으면서 돌아갔다. 이렇게 해서 권람은 그
여종이 방에 들어온 날, 데리고 누워서 하루 종일 가슴이 후련하
게 놀고는, 병이 다 나았다고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뒤에 권람이 한명회를 만나 대사를 완성시켜 준 데 대해 고마
워하면서 함게 웃었다.<조선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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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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