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일을 성사시켜 준 한명회(韓明澮)

eorks 2019. 5. 13. 00:49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3부 기발한 처치, 웃음이 절로 나오고
[제3ㅡ8화]일을 성사시켜 준 한명회(韓明澮)
권람(權擥)의 집에는 매우 예쁜 어린 여종이 있었는데, 부인 이 시집올 때에 같이 따라온 부인 유모의 딸이였고, 그 여종의 이름은 종(種)이었다.

권람은 이 여종의 막 피어나는 듯한 예쁘고 야들야들한 앳된 모습에 마음이 끌려, 좀 데리고 놀고 싶은 충동이 태산같이 일어 났다. 하지만, 부인이 무서워 감히 가까이하지 못하고 애만 태우 고 있었다.

하루는 친한 친구인 한명회에게 그 얘기를 하며, 무슨 좋은 계책이 없겠느냐고 상의했다.

그랬더니 며칠 후 한명회가 찾아와서 한 꾀가 생각났다고 하 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자네가 갑자기 몹쓸 병이 나서 집을 피해 있어야 한다고 부 인에게 말한 다음, 남의 집에 가서 며칠 동안 있게나, 그리고 괴 화탕(槐花湯)이란 누런 색갈의 약을 온몸에 발라서 황달병에 걸 린 사람처럼 보이게 꾸미고 있으면,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 할 테니까."

이 말에 따라 권람이 이런 모습으로 환자처럼 꾸미고 남의 집 에 피해 있는 동안, 한명회는 권람의 집으로 가서 그 부인을 만 나 친구의 병에 대해 큰 걱정을 하면서, 잘못하면 죽을 것 같다 고 슬쩍 위협을 주었다.

권람의 부인은 이 말을 듣고 어쩔 줄 몰라 당황하면서 무슨 방도가 없겠느냐고 물었다.

이 때 한명회는 자신의 작전이 성공할 것 같아 기쁨을 감추지 못했지만 좀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고 말하고는, 그 옆에서 근심 스러운 얼굴로 듣고 서 있는 부인의 유모, 곧 여종의 어미를 살 짝 불러냈다.

"친구 권람의 병은 유모의 딸 `종'을 가까이하고 싶어 난 병 이니, 그 아이를 방에 넣어 동침시키지 않으면 어떠한 약으로도 고칠 수가 없어, 우선 그 아이를 가까이라도 있게 해주어야 하겠 는데, 유모가 부인에게 잘 말해 딸을 그 방에 넣어 줄 수 있도록 주선해 주게나."

이렇게 일러 주고는 들어가서 깊이 생각해 보라고 했다.

부인의 유모는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부인에게로 갔다. 그리 고 얼마 후에 돌아와서는,

"아씨마님게 상의드렸더니 주인 어른의 병을 위해서는 그렇 게라도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허락하였사옵니다."
하며 딸을 보내기로 했다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일관한데 물어 서 좋은 날을 받아 주인 어른 방에 딸을 넣어 주겠다고 분명하게 약속하는 것이었다.

유모의 얘기를 들은 한명회는 곧장 권람이 누워 있는 곳으로 가 기뻐하면서 이 소식을 알리고 말했다.

"일이 성사되었지만 조급하게 굴면 실패하기 쉬우니 조심하 게나, 그리고 그 아이 아직 어리니 아프지 않게 차근차근 잘 다 루게, 뒷일은 나는 몰라."

이러고 한명회는 웃으면서 돌아갔다. 이렇게 해서 권람은 그 여종이 방에 들어온 날, 데리고 누워서 하루 종일 가슴이 후련하 게 놀고는, 병이 다 나았다고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뒤에 권람이 한명회를 만나 대사를 완성시켜 준 데 대해 고마 워하면서 함게 웃었다.<조선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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