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여종을 사랑하다 낭패당한 권율

eorks 2019. 5. 19. 00:05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3부 기발한 처치, 웃음이 절로 나오고
[제3ㅡ14화]여종을 사랑하다 낭패당한 권율
권율 장군이 집에 있는 여종을 사랑해, 접하고 싶은 충동을 느껴 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하루는 사위 이항복과 딸이 여종 하나를 데리고 시골집으로 갔는데, 마침 부인도 외출하여 권율은 그 여종과 단둘이 집안에 있게 되었다.

이에 권율은 천제일우의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좋아하면서, 곧 여종을 안고 방안으로 들어가 옷을 벗기고 눕혔다.

그리고는 매우 흐뭇한 정감에 휩싸였는데, 호사다마란 말이 있듯이 하필 이 순간 외출했던 부인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안에 들어선 부인이 하도 조용해 이상한 느낌이 들어 방문을 여니, 남 편과 여종이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있는 것이었다.

부인은 남편을 무정하게 생각하고 미워하다가, 꾀를 써서 고 생을 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부인은 곧 뒤뜰에 있는 창고에 일이 있다고 하면서 남편을 불 러 들어오게 한 다음, 얼른 부인 혼자 밖으로 나와 문을 닫아걸 고는 자물쇠로 채워 버렸다.

창고 안에 갇힌 권율이 하루 종일 굶고 있었는데, 마침 시골 에서 돌아온 사위 이항복이 이 얘기를 듣고는 장인을 놀려 주려 고 창고 문 앞으로 갔다.

이항복은 모른 체하고 주위를 서성거리면서 흥얼흥얼 시를 읊조리며 장인의 동정을 살폈다. 이 때 장인이,

"아, 이 사람 사위! 날 좀 구해 주게."

하고 문틈으로 사위를 불렀다. 이에 이항복은 거짓 놀라는 채하 면서 돌아보고 웃었다. 그리고는 장인 어른이 왜 거기에 들어가 계 시냐고 물으니, 장인은 다시 사정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아, 어서 날 좀 구해 주게, 이 지경이 되고 보면 비록 그 재주 많다는 제갈량이 다시 살아난들 무슨 수로 빠져나가겠 나? 빨리 문이나 열어 주게나."

장인의 말에 이항복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웃었다.

"장인 어른! 제갈량이라면 처음부터 어찌 거기에 들어갔겠습 니까? 미연에 대비하여 방지했지요."

그러고는 열쇠를 가지고 와 문을 여니, 권율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나오더라.<조선 중기>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