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선비를 도운 무당의 묘안

eorks 2019. 5. 21. 01:44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3부 기발한 처치, 웃음이 절로 나오고
[제3ㅡ16화]선비를 도운 무당의 묘안
안씨(安氏) 성을 가진 선비가 있었는데, 선비 집 이웃에는 한 여자 무당이 살고 있었다. 이 무당 은 젊고 예뻐서 안씨 선비가 마음에 두고 늘 엿보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한편 무당도 안씨 가 자기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하루는 저녁때 안씨가 꾀를 부렸다. 안씨는 거짓으로 갑자기 가슴이 심하게 아프다고 소리치며, 아내에게 옆집 무당을 좀 불 러와 귀신 쫒는 굿을 해달라고 부탁하라 했다.

부탁을 받은 무당이 와서 누워 있는 안씨 옆에 앉아 안씨의 가슴을 만지면서 굿할 준비를 하는데, 안씨가 갑자기 무당의 치 마 밑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꽉 쥐었다. 이에 당황한 무당이 겉 으로는 의젓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것 빨리 놓아주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기지."
하고 엄숙하게 말했다. 그래도 안씨가 계속 놓지 않으니까, 무당 은 이 말을 몇 번씩이나 되풀이했다.

방문 밖에서 걱정하며 보고 있던 안씨의 아내는, 그 말이 귀 신에 대해 경고하는 말로만 알고 큰 걱정을 했다. 한참 동안 가 만히 앉아 있던 무당은 다시 사정하는 말로,

"제발 놓아주어요. 어찌려고 이러십니까?"

하면서 놓아 달라고 애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씨는 눈을 딱 감고 더욱 힘차게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무당은 도저히 피할 수 없음을 알고, 또 이전부터 안씨의 눈 치를 보아 왔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한 계책을 생각해 냈다. 무당 은 곧 안씨의 아내를 불렀다.

"부인, 먼저 귀신을 달래야 하겠으니 붉은 콩 한 되와 쌀 두 되, 그리고 두어 자 되는 무명베 토막을 소반에 받쳐가지고 오십 시오."

이 말에 따라 안씨의 아내가 그대로 준비해 소반에 받쳐들고 오니, 무당은 그 소반을 받아 안씨 가슴 위에 얹고 몇 마디 주문 을 외우는 것같이 하고는, 다시 안씨 아내에게 주면서 다음과 같 이 말했다.

"이 소반을 가지고 집 동쪽으로 50보 바깥에 나가서, 땅에 내 려놓고 큰절3.7(21)번을 하고 오십시오."

이렇게 이르니, 안씨 아내는 조심스럽게 소반을 들고 대문에 서 동쪽으로 50보를 세면서 걸어 나가서, 그곳에 소반을 내려놓 고 정중하게 천천히 21번의 큰절을 올렸다. 이와 같이 절을 올리 는 동안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안씨의 아내가 절을 다 하 고 소반을 들고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남편은 심장병이 나아서 일어나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안씨의 아내가 돌아오는 것을 본 무 당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안씨의 아내가 나가서 절을 하고 오는 동안, 방안에 있었던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안씨 아내는 물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안씨 아내는 오로지 남편의 병이 완쾌된 것만을 좋아하면서, 그 무당을 매우 영험이 있다고 후하게 대접했다.

선조 임금이 사망 2년 전부터 병석에 누워, 낮에는 늘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 때 남부 지역에서 듣고 온 사람이 이 얘 기를 들려드리니, 임금은 크게 웃으며 이날 저녁 내내 잠을 자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기분 좋아했다.<조선 중기>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