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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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ㅡ17화]벙어리 아내와 장님 남편
한 장님이 벙어리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다.
하루는 갑자기 대문 밖이 매우 소란스러워, 눈은 보이지 않지
만 소리는 들을 수 있는 남편이 아내에게 손짓하여 밖에 무슨 일
이 일어났는지 나가 보라고 했다.
남편의 지시에 따라 벙어리 아내가 대문 밖에 나가 보고 와서
는, 손짓과 몸짓으로 밖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
먼저, 남편의 손을 끌어와 자기 유방 사이에 `사람 인(人)'
자를 써 보였다. 그러자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 `사람 인'자 양옆에 젖꼭지 두 점이 있으니 `불 화(火)"가
되는구먼. 그러니 불이 난 모양인데 어디에서 불이 났지?"
하고 다시 물었다.
아내가 이번에는 남편의 손을 끌고 가서 자기의 옥문에 갖다
댔다. 이에 남편은 역시 고개를 끄덕이더니말했다.
"아, 그곳은 항상 습한곳이니, 저 건너 이동(泥洞, 泥; 진훍
이)에서 불이 났느냐고 물었다."
이렇게 짐작으로 맞추었다. 이어서 남편은 또 아네에게 누구
의 집에서 불이 났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자기의 입을 남편 입에 갖다대는 것이었다. 남
편은 아내의 이런 몸짓을 보고는 허허 웃으며,
"그렇지, 두 입이 합처진 글자니 여(呂) 서방 집이네그려, 그
런데 그 집에 불이 났으면 얼마나 탔을꼬?"
하고, 의문을 표시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를 본 아내는 남편의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양근을 거머쥐고
만져 꼿꼿하게 세우는 것이었다. 곧 남편은 웃으면서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참 안됐구먼, 집이 다 타고 기둥만 남았다는 뜻이지?"
부부가 이러고 있는데 대문 밖에 누가 찾아왔다. 아내에게 나
가 보라 하니, 나갔다 온 아내가 자기의 두 손가락을 펼쳐서 남
편의 양근 중간 부분을 둥글게 쥐었다. 그러자 남편은 역시 알았
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러니까, 위에 갓이 있고 아래는 양쪽으로 뻗은 두 개의 음
낭이 있으니 `송(宋)'자로군, 아마 송 서방이 찾아왔나 보구먼,
빨리 들어오라고 해야지."
장님 남편과 벙어리 아내가 이렇게 대화를 하니 틀린 것이 하
나도 없더라.<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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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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