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수놈 벼락 맞은 부인

eorks 2019. 6. 21. 00:04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4부 서민들, 유머는 그들이 낙이었다.
[제4ㅡ15화]수놈 벼락 맞은 부인
한 사람이 집에 있는 여종에게 마음을 두고 정을 통하고자 했 다. 그러나 아내가 잠든 사이에 살짝 나가 여종의 방으로 가면, 아내는 귀신같이 알고 일어나 따라나오므로 번번이 실패했다.

그래서 이 남자는 끝까지 자기를 미행하는 아내가 미워, 언젠 가 아내에게 한번 고통을 당하게 해주리라 마음먹고 기회를 노 리고 있었다.

하루는 밤에 비가 몹시 내리고 뇌성벽력이 치기에, `옳지, 이 기회에 아내를 한번 골탕 먹여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남자는 밤에 여종에게 가는 것처럼 하 면서 가만히 일어나 밖으로 나가 병풍 뒤에 숨어 있었다.

그러자 아내 역시 여느 때처럼 살그머니 따라나오더니, 남편 이 보이지 않으니까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찾는 것이었다. 이 때 마침 벽력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아내는 크게 놀라며 두 팔로 머리를 움켜쌌다. 이 순간 남자가 병풍 뒤에서 뛰어나와 손바닥 으로 아내의 등을 몇 번 힘껏 때렸다. 이에 아내는 크게 놀라서 마룻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의식을 잃었다.

남자는 곧 아내를 눕히고 옷을 입은 채로 잠자리하는 것처럼 아내 몸 위에 엎드려 여러 번 허리로 누르며 상하 운동을 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쓰고 누워 있으니, 한참 후에 아내가 정신을 차리고 들어와서 남편을 깨웠다.

"여보! 하늘의 뇌성벽력도 수놈이 있는지 참 이상해요."

"암 그렇지, 세상 만물이 다 암수가 있는데 벽력이라고 어찌 암놈 수놈이 없겠는가? 그런데 부인, 그런 건 왜 묻소?"

"여보! 조금 전에 내가 그 수놈 벽력에게 당했나 봐요."

아내는 수놈 벽력에 의해 강간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원통해 하면서 마구 탄식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편이 부인의 옷끈 이 그대로 단단히 매어져 있는 것을 근거로,

"여보! 안심해, 이봐, 옷끈이 풀어지지 않았지? 벽력은 결코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없는 게야."
하면서 위로하니, 아내는 그제서야 아음을 놓았다.

이후로 아내는 밤중에 남편이 나가도 절대로 따라나서는 일 이 없었다.<조선 중기>


......^^백두대간^^........白頭大幹

'조선왕조 때 유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벙어리 아내와 장님 남편  (0) 2019.06.23
쥐잡는 방법과 큰스님  (0) 2019.06.22
오해, 그 언어의 묘미  (0) 2019.06.20
잘못 들은 노가자 냄새  (0) 2019.06.19
헛물만 켜고 종이 된 목수  (0) 2019.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