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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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ㅡ14화]오해, 그 언어의 묘미
우리 나라 지방 언어에는 남에게 자기 집 음식을 겸손하게 말
하여, `보잘것없는 물건'이란 뜻으로 `좀것[劣物; 조그마한 것]'
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그리고 또 `~을 먹는다'는 말도 `~을
하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자네 술 좀 하나?'에서 `하다'가
`먹다'의 뜻으로 쓰이고, `점심 먹고 왔어?'도 `점심 하고 왔어?'
라고 묻는 것과 같은 경우가 그것이다.
그런데 또 `하다'라는 말은 남녀의 성행위를 지칭할 때 쓰기
도 한다. 가령 `그 여자와 몇 번 했어?' 하면 성행위한 것을 의
미하게 된다. 이러한 관계의 말을 가지고 구성한 것이 다음의 얘
기이다.
한 젊은이가 장가가서 신부와 첫날밤을 자고 나오니 장모가
웃으면서 이렇게 물었다.
"자네 어젯밤 넣어 준 `좀것'을 잘 `하고' 잤는가?"
이 말은 장모가 다음과 같은 뜻으로 한 인사말이었다.
"어젯밤에 신방에 넣어 준 `보잘것없는 음식, 곧 술상'에 차
려진 음식을 잘 `먹고' 잤는가?"
그런데 이것을 신랑은 다음과 같은 뜻으로 알아들었다. 즉,
"어젯밤에 신방에 넣어 준 `보잘것없는 내 딸'과 `잠자리를
잘 하고' 잤는가?"
라는 말로 알아들은 것이다. 그래서 신랑은 부끄러운 듯이 고개
를 숙이고 빙그레 웃으면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장모님! 세 번 하고 잤습니다."
이 말을 들은 장모는 민망해 고개를 숙이고 피했다.
그런데, 옆에서 듣고 있던 10여 세 된 처남이 자형의 대답을
듣고는, 어머니 말을 잘못 알아들은 자형이 너무나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어린 처남의 생각에는, 자기 집에서 일하는 바보 머슴
논금(論金)이보다도 자형이 더 어리석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
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남은 답답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
이 한마디 던졌다.
"아이 참. 자형도, 자형은 우리 집 바보 머슴 논금(論金)이보
다도 훨씬 못하네, 그렇게도 잘못 알아들어?"
즉, 머슴 논금이보다 더 어리석게도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그런데 신랑은 이 말을 또 다른 뜻으로 알아들었다. 즉 세 번
밖에 못한 자기의 어젯밤 잠자리가, 머슴 논금이보다도 정력이
모자라 적게 했다고 핀잔을 주는 것으로 알아들었던 것이다. 그
러니까 논금이는 하룻밤에 세 번보다 훨씬 더 많이 여자와 잠자
리를 할 수 있는데, 자형은 겨우 세 번밖에 못했으니 논금이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신랑은 처남을 보고 화를 내면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 사람아, 장가오느라고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고 또
멀리 말을 타고 와 피곤한데, 첫날밤에 세 번이면 많이 한 거지
어찌 그보다 더 하란 말인가? 열 번쯤 했으면 자네 마음에 흡족
하겠는가? 어린것이 뭘 모르면서."
이와 같이 서로 언어의 의미가 맞지 않으니, 장모와 처남은
웃으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더라.<조선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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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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