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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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ㅡ12화]헛물만 켜고 종이 된 목수
시골에 사는 한 사람이 목수를 고용해 집을 짓는데, 목수의
기술이 너무나 능숙하여 조금도 실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인이
목수를 칭찬하니 목수는 자기 능력을 과시하며 주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저 기둥 위 들보에 올라가서 돌아다니며 일을 하는 동
안, 일을 다 마칠 때까지 한 번도 도끼를 떨어뜨리는 일이 없소,
여기 바닥에 얿적한 돌을 죽 깔아 놓고 내가 도끼를 떨어뜨리는
일이 있으면 어떠한 대가라도 치를 자신이 있으니, 그것을 시험
하여 내기를 하면 얼마든지 받아주겠소."
이와 같이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에 주인이,
"이보게, 목수! 만약에 실수하여 도끼를 떨어뜨리면 그 비싼
연장이 못 쓰게 될 테니, 쓸데없는 자만심은 버리는 것이 좋소,
사람의 실수란 장담할 수가 없는 것이지."
하고 타일렀다. 그러나 주인의 말에 화가 난 목수는 이렇게 언성
을 높였다.
"여보, 주인장! 만약에 내가 실수하여 도끼를 떨어뜨리면 나
는 한평생 이 집 종이 되고, 내가 집을 다 지을 때까지 한 번도
도끼를 떨어뜨리지 않으면 당신 아내를 나에게 주기로 내기합시
다. 어때요, 내기를 하시겠소?"
이 말에 주인도 오기가 나서 그렇게 하라고 승락했다.
그후 집이 거의 다 완성되어 가는데, 목수는 자신만만하게 일
을 하며 정말 한 번도 도끼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이 없었다.
그러자 주인은 걱정이 되어 아내에게 그 사정을 얘기하고 슬퍼
하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이었다.
얘기를 들은 부인은 깔깔대고 웃으면서,
"여보! 참 당신도. 누가 그런 쓸데없는 내기를 하라고 했어
요? 나는 당신같이 힘없는 남자 대신 건장하고 힘있어 보이는
저 목수를 새 남편으로 얻으면 큰 복이네요. 새로운 기분에 또
힘차게 잘해 줄 게고, 벌써부터 흥분되네요."
하며 기쁜 듯이 웃고 약을 올렸다. 이후로 남편은 부인이 무정하
게 생각되어 날마다 잠도 못 자고 몸이 쇠약해져 누워 끙끙 앓았
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당신은 누워 공연히 걱정만 하지 말고, 보기 싫으니 이삼일
동안만 친척 집에 가서 있다가 오시오."
이와 같이 부인은 일부러 남편을 구박해 멀리 보내 놓았다.
그리고 나서 부인은 얼굴에 화장을 곱게 하고 좋은 옷으로 갈아
입은 다음, 목수가 일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이 때 목수는 지붕
에 올라가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었다.
곧 부인은 목수가 올라가 일하고 있는 지붕 아래에 가서 땅바
닥에 반듯이 누워 위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여보! 내가 당신 아내가 되면 당신 기분이 어떻겠소?"
이 물음에 목수가 내려다보니, 부인니 예쁘게 단장을 하고 고
운 옷을 입고 반듯이 누워 있는데, 그 색정적인 자태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나야 정말 좋지요. 헌데 부인은 남편을 버리고 네에게로 오
는 그 기분이 어떨 것 같은지 구체적으로 말해 보구려."
이 때 부인이 슬그머니 앞가슴을 풀어혜치며 말했다.
"예, 말하지요. 힘없는 남편을 진작 떼내 버리고 싶었는데,
이제야 내 소원이 이루어져 정말 좋습니다. 힘 좋은 당신을 따라
가서 밤마다 즐기는 그 행복을 어찌 말로써 다 표현하겠어요?
어떤 때는 겉옷만 입고 당신을 맞이할 것이고, 또 더러는 옷을
다 벗고 맨몸으로 당신 앞에서 즐겁게 해드릴게요. 그리고 이불
속에서는 이 몸을 불태워 받들어 드릴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당신도 그 기분을 알만하지요?"
이러한 부인의 말을 들으면서 이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동안,
목수는 얼굴이 달아오르고 다리 사이에 연장이 꿈틀대면서 팔에
힘이 빠져, 그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끼 자루가 손에서 벗어
나 땅바닥에 깔아 놓은 돌 위에 가서 떨어졌다.
이에 부인은 털털 털고 일어나 도끼를 집어들고 말했다.
"당신은 내일부터 약속한 대로 우리 집 종이 되어야지요."
그리고 나서 부인은 집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당신이 뒤에 또 이런 내기를 하면 내 정말 힘센 남편을 따라
갈 테니 조심해요."
라고 말하며, 웃으면서 도끼를 남편에게 건네주었다. 이후로 남
편은 부인을 상전처럼 받들면서 살았고 목수는 약속한 대로 종
이 되었다. 이 얘기를 들은 한 사람이 다음과 같이 말하고 크게
웃었다.
"그렇다. 명철한 부인은 나라도 기울게 한다고 일러 오고 있
지 않은가! 미인은 나라를 망하게 하고도 오히려 여유가 있다는
데, 하물며 한 남자를 망하게 하는 것쯤이야, 이 부인도 어리석
은 두 남자를 손안에 쥐고 놀았구먼."<조선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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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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