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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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ㅡ19화]장인도 속고 사위도 속고
한 젊은이가 같은 마을에 사는 처녀에게 장가를 들었는데, 이
웃에 사는 장난 좋아하는 사람이 신랑과 장인을 함께 속여서 곤
란을 당하게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먼저 신랑에게 이렇게 일러 놓았다.
"이 사람아, 자네 처가에서 자네에 대해 양근이 잘 서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을 하고 있네그려, 그러니 만약에 처가에 갔을
때 장인이 `한번 보여 주게나` 하고 말하면, 서슴치 말고 곧장
연장을 꺼내 꼿꼿하게 세워 보여 줘야 하네, 명심하게."
이렇게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꾸며 말했다.
그리고 나서 이 이웃 사람은 다시 그의 장인에게 가서는 이렇
게 말했다.
"어르신! 어르신의 새 사위가 제 친구인데, 작은 옥퉁소를 몸
에 지니고 다니면서 썩 잘 붑니다. 그런데 늘 숨기고 있어서 그
옥퉁소 소리를 들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마 어르신 친
구분들도 아무도 들어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사위가 오
는 날 어르신 친구분들을 초청해 놓고, 사위에게 `한번 보여 주
게나`하고 말해 보십시오. 그러면 틀림없이 그 재주를 보여 줄
것입니다."
역시 이와 같은 거짓말을 꾸며서 일러두었다.
며칠이 지나 사위가 처가에 오니, 장인은 곧 이웃 노인들에게
새 사위의 옥퉁소 소리를 한번 들어 보라고 하면서 초청했다. 그
래서 음식을 장만해 술상을 차려 놓고 이웃 노인들이 죽 둘러앉
아 있는데, 장인은 사위를 불러 인사를 시킨 다음 사위에게 천천
히 말했다.
"이 사람 자네, 지금 한번 보여 주게나."
그러자 사위는 이웃집 사람들에게 이미 들은 말이 있어, 일어
나 서슴없이 바지를 내리고 힘차게 일어선 연장을 꺼내 흔들어
보여 주는 것이었다.
"장인 어른!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잘 보십시오. 제 연장은
이렇게 크고 꼿꼿합니다."
이에 장인은 이웃 노인들에게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면서,
"이 사람아, 그 무슨 짓인가? 정말 `무색(無色)`하구먼."
라고 말하며 몸둘 바를 몰랐다.
이 때 장인은 `무색하다`는 말을 `부끄러워 볼 낮이 없다`는
뜻으로 한 말인데, 사위는 이것을 `무색(無色)`이라는 한자의 뜻
대로 새겨 `색깔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렸다. 그래서 사위는,
자신의 양근에 왜 색깔이 없느냐고 장인이 불만을 표시하는 줄
알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장인 어른!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를 보십시오. 붉은 색에
검정 띠를 둘러 반용주(斑龍舟)의 무늬와 같은 예쁜 색깔인데,
어찌 `색이 없다[無色]`고 하십니까?"
사위가 양근을 잡고 이렇게 설명하니, 모여 있던 이웃 노인들
은 차마 바로 보지 못하고 낯을 돌린 채 웃으며 헤어졌다.
그러나 장인과 사위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끝내 알지 못
하더라.<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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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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