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
[제4ㅡ18화]달라고 요구도 하지 않고
어느 날, 한낮에 갑자기 깜깜하게 어두워지더니 많은 비가 쏟
아지고 뇌성벽력이 쳐, 길가던 사람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비를 피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길가의 한 집으로 네댓 명
의 길손이 비를 피해 몰려들었다.
뛰어들어온 손님들이 젖은 옷을 수습하고 정신을 처려 집안
을 살펴보니, 그 집에는 젊은 남자가 아내와 함께 방안에 나란히
앉아 있는데, 그 부인이 매우 곱고 잘생겨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
었다.
젊은 남자는 좋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간간이 천지를 울리는
뇌성벽력 소리가 들릴 때마다 놀라서 두려워하며 두 팔로 머리
를 감싸안곤 했다.
그러나 부인은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려도 별로 놀라지도 않
고 의젓하게 앉은 채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 때 비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 중에 농담을 잘하는 한 사람
이 있었다.
이 사람이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웃고는,
"아, 여러 손님들! 어떤 사람이 좋은 물건을 지니고 있으면서
혼자만 즐기고 남에게는 좀 빌려 주거나 나누어 주지 않는다면,
이런 욕심 많은 사람에게 이럴 때 뇌성벽력이 내려와서 때려 주
면 속이 시원하겠지요?"
이 말에 사람들이 주인 남자를 쳐다보면서 일제히 크게 웃음
을 터뜨렸다.
그러자 주인 남자는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듯 어리둥
절해하는데, 부인은 씩 웃으면서 손님들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
는 말을 받았다.
"아, 손님! 그런데 말입니다. 그 물건을 빌려 달라거나 나누
어 달라고 했는데도 좀 나누어 주지않고 혼자 욕심을 부리는 사
람에게 뇌성벽력이 내려쳐도 좋겠지요. 그러나 처음부터 좀 나
누어 달라는 말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빌려 주지 않는다고
협박부터 하는 무뢰한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도 뇌성
벽력이 알아서 먼저 그 사람부터 내려치겠지요?"
길손들은 이 부인의 말을 듣고 조금 전에 말한 사람을 쳐다보
면서 손뼉을 치고 크게 웃었다.
이러는 동안 비가 그쳐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떠나는데, 부
인의 남편은 그때까지도 사람들이 왜 웃었는지 알지 못하고 두
리번거리기만 하고 있었다.<조선 후기>
|
......^^백두대간^^........白頭大幹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