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국수 훔쳐먹은 신랑

eorks 2019. 9. 9. 00:07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
[제6ㅡ8화]국수 훔쳐먹은 신랑
한 총각이 매우 어리석었지만, 음식은 무엇이든지 잘 먹었다. 이 총각이 장가를 가니, 이튼날 낮에 장모가 큰 그릇에 면(麵)을 가지고 와서 권했다.

"이 사람아! 특별히 맛있게 만든 면이니 많이 드시게."

신랑은 `면'이란 말을 이때 처음 들으니, 평소 집에서는 `국 수[麴水]'란 말만 썼고 `면'이란 말은 쓰지 않아서 들어 보지 못 했었다. 그래서 이것이 어떤 음식인지를 몰라 당황해하다가 먹 어보지 않고 그냥 젓가락을 놓고 말았다.

밤에 신부가 들어왔기에, 신랑은 낮에 장모가 가지고 온 `면' 이라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신부가 이렇게 대답하면서 깔깔대고 웃었다.

"아니 서방님도! 국수를 모르십니까? 어느 집에서나 흔히 먹 는 국수가 바로 면이랍니다."

이 말을 들은 신랑은 그 맛있는 국수를 낮에 먹지 못하고 내 보낸 것이 한스럽고 원통했다.

"아 그래요? 그걸 몰랐네요. 그런데 혹시 낮에 나왔던 그 국 수가 지금까지 남아 있을까요?"

신랑이 새삼 국수 생각이 나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이렇 게 물으니, 신부는 웃으며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서방님! 내일 아침에 서방님께 대접하려고 버들 광주리에 담아 마루 시렁 위에 얹어 두었습니다. 지금은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드십시오. 맛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신랑은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신부 에게 변소에 갔다 오겠다고 말하고는 방을 나갔다. 신랑은 조금 전 신부가 일러 준 대로 마루에 올라가 어둠 속에서 가만히 시렁 위를 더듬다가, 그만 실수로 국수 광주리를 떨어뜨려 뒤집어엎 고 말았다.

마루에서 광주리 떨어지는 소리가 `꽝' 하고 크게 나니, 방안 에서 잠자던 사람들이 놀라 잠을 깨었다. 이 때 신랑은 당황하여 쭈그리고 앉아서 손으로 국수를 쓸어 광주리에 담으면서, 또 한 편으로 국수를 집어 입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이 통에 장인이 먼저 나와서 보니 어떤 사람이 마루에 있기 에,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하고는 이리저리 헤매면서 외쳤다.

"도둑이야 도둑! 도둑이 들었어, 빨리 등불 가져와!"

이러면서도 장인은 겁이 나서 마루로 선뜻 올라서지 못하고, 뜰에서 왔다갔다하며 허둥대기만 했다.

신부가 나와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제 신랑인 것 같았다. 그 래서 등불을 켜는 척하면서 일부러 머뭇거려 시간을 지체하고 는, 신랑이 있는 쪽을 보이지 않게 가리며 빨리 피하게 했다.

이 때 마침 집에서 기르는 큰 개가 음식 냄새를 맡고 와서 꼬 리를 흔들고 있기에, 신부는얼른 개의 목을 끌어안고,

"응, 너였구나! 이제 보니 도둑이 아니고 개였습니다."
라고 말하며 그제서야 등불에 심지를 돋우어 불을 밝혔다.

그러나 딸의 말을 들은 부친은 아니라고 하면서 강하게 부인 했다.

"아니야! 내가 보았는데 분명히 개가 아니고 사람이었어! 아 무리 어둡기로서니 내가 개와 사람을 구별 못했을까? 도둑이 확 실해."

이렇게 소동이 벌어지고 있으니, 마구간으로 피해 있던 신랑 이 듣고는 하도 우르워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만 `킥킥' 하며 웃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이에 신부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했다.

"저 보세요, 아버지! 마구간에 있는 소도 웃고 있지 않아요. 사람이 아니고 개였어요."

딸의 말을 들은 부친은 비로소 상황을 눈치채고는,

"정말 그렇구나, 얘야! 네 말이 맞다. 소동을 벌리니 소도 우 습게 느껴졌나 보군."
라고 말하며 큰 기침을 하고 사랑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방으로 들어온 신랑과 신부는 서로 웃으며 끌어안고 정 감을 나누다가 잠을 놓치고말았다.<조선 초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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