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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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ㅡ7화]장가가서 문자(文字) 쓰기
시골에 사는 한 사람이 아들을 장가보네면서 다음과 같이 주
의를 시키는 것이었다.
"사람이 말을 할 때 한문 문자(文字)를 잘 쓰면 남이 멸시를
하지 못하는 법이니라."
이렇게 말하고 다음과 같은 몇 개의 한문 문구(文句)를 가르
쳐 주면서, 꼭 기억해 두었다가 장가가서 쓰라고 했다.
"첫째로, 방석을 내놓으며 앉으라고 하거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시절에 어디인들 못 앉으리(不寒
不熱好時節 何處不可坐乎).'
라고 말하며 앉아야 한다. 그리고 둘째로, 달빛이 밝게 비치는
밤이면 달을 처다보면서 이런 문자를 써야 한다.
"달 밝은 창문 밖이 너무나 좋아서 잠을 이루지 못하네(月明
窓外愛無眼).'
그 다음 셋째는, 뜰에 오동나무가 보이거든 이렇게 읊어라,
`거문고 재목으로 합당하구나(可合琴材).'"
아들은 부친이 가르쳐 준 이 세 문구를 애써 기억한 다음 장
가를 갔는데, 과연 장모가 방석을 내놓으며 앉으라고 했다. 그런
데 부친이 일러 준 첫 번째 한문 글귀가 그만 생각이 나지 않아
서 적당히 지너내어 이렇게 말했다.
"불속불속(不速不速) 호시절에 어디인들 못 앉으리."
즉 방석 안에 든 솜이 불룩불룩하게 보이는 것을 보고 이렇게
지어내어 비슷하게 들리도록 말한 것이다.
도한 뜰에 오동나무가 있기에, 역시 부친이 일러 준 문구가
생각나지 않아 이렇게 지어내었다.
"아래위를 잘라 내고 다듬으면 작두[斫刀] 바탕이 되겠네그
려."
시골에서 소나 말의 여물을 썰 때 쓰는 작두는 그 바탕 나무
가 가지 벌어진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오동나무의 가지
벌어진 부분을 보고 그렇게 말한 것었다.
밤이 되어 방에 들어가 앉아서 밖을 내다보니 달이 무척 밝은
데, 역시 부친이 일러 준 글귀가 생각나지 않아서,
"달 밝은 창밖에(月明窓外) 애매모(愛梅母)라."
하고, 역시 적당히 끝을 바꾸어 말했다.
때마침 신부 모친이 뜰에 있다가 신랑이 읊는 이 소리를 듣고
는 얼른 몸을 피했다. 그 까닭은 신부 이름이 `애매(愛梅)'였기
때문에, 새신랑이 `애매 어미'가 창밖에 있다고 농담하는 말인
줄 알고 피한 것이다.
이튼날 아침에 세수를 하려고 하니, 양칫물과 가루로 된 흰
소금이 놓여 있었다. 그래서 처음 보는 것이라, 그 양칫물에 소
금을 타서 마셔 버렸다. 장모가 이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입 안에 어금어 치아를 닦아야지 그 짠 것을 마시는가?"
하고 꼬집으니, 이에 신랑은 또 거짓말로 둘러댔다.
"치아뿐만 아니고 목구멍까지 씻으려고 한 것입니다."
장모는 어이가 없어서 물끄러미 쳐다봤다.<조선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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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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