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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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ㅡ5화]알아서 잘하는 여종 남편
한 양반 집에 부부 종이 있었는데, 아내인 여종은 매우 곱고
예뻤으며 또한 영리했다. 그러나 그 여종의 남편은 우둔하고 미
련해 주책이 없었다.
이 집 주인이 그 여종 남편 몰래 여종과 정을 통하고 있었는
데, 여종 역시 매우 종아하며 적극적으로 응했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은 기회만 있으면 밤낮 가리지 않고 후미진 곳에서 만나 함
께 즐거움을 나누었다.
하루는 낮에 주인이 여종을 데리고 후원 나무숲 사이에 가서
옷을 벗기고 눕힌 다음, 그 위에 엎드려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열정이 한창 무르녹고 있을 때, 저쪽에서 여종의 남편
이 일을 마치고 이리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에 주인 남자는 얼른 몸을 일으켜 여종이 벗어 놓은 치마로
누워 있는 여종의 얼굴을 덮어 가렸다. 그리고는 그 여종의 남편
을 향해 손짓을 하면서 이리 오지 말고 저쪽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여종의 남편은 알았다는 듯이 손을 들어 보이고는 웃
으면서 저쪽으로 멀리 피해 갔다. 곧 주인 남자는 다시 덮었던
치마를 걷고 끝나지 않은 그 놀이를 계속하여 흡족하게 작업을
잘 마쳤다.
낮에 이와 같이 여종과 즐거움을 나눈 주인은 저녁때 사랑방
에 나와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이 때 낮에 관계를 가졌던 그 여
종의 남편이 와서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
"주인 어른! 아까 낮에 주인 어른이 어떤 여자와 재미를 보고
계실 때, 소인이 눈치를 채고 알아서 잘 피했지요? 히히히....,"
눈치 있게 미리 알아서 잘 피해 준 것을 자랑하듯이 이렇게
말하며 좋아하는 것이었다. 이에 주인 남자는 기특하다고 칭찬
하며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응, 매우 고마웠다. 아마 그때 나하고 있던 그 여자도 네가
눈치채고 알아서 피해 주었다는 것을 알면, 틀림없이 너에게 고
맙다고 인사할 거야."
이 말에 여종의 남편은 큰일을 잘 해낸 듯이 너무나 흐뭇해하
며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여종의 남편은 그 길로 자기 아내에게 가서 낮에 있었던 얘기
를 자랑스럽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주인으로부터 큰 칭찬을 받
았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이 얘기를 들은 여종은 남편에게 다음
과 같은 말로 단단히 주의를 시켰다.
"여보! 주인 어른에 대한 일은 누구에게도 소문내면 안 되어
요. 만약 소문내면 큰 죄가 되니 절대로 남에게 말하지 말아요.
알겠지요?"
"아무렴, 내가 뭐 세 살 먹은 어린아이인가? 그런 것을 남에
게 얘기하게, 내가 눈치껏 알아서 하니 걱정하지 마."
이날 밤 여종의 남편은 대견하다면서 기뻐 잠을 자지 못했다.
<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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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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