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사위 백석(白晳)의 어리석음

eorks 2019. 9. 7. 06:53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
[제6ㅡ6화]사위 백석(白晳)의 어리석음
한 부잣집에서 좋은 사위를 맞이하려고 많은 얘를 썼다. 마침 한 사람이 어느 마을 문벌 가문의 백석이란 총각을 소개하였는 데, 자라는 동안 난잡하게 놀지 않고 얌전하여 이웃 사람들이 모 두 덕인(德人)이라 칭찬한다면서 혼인을 권했다.

그래서 부잣집에서는 이 총각을 사위로 맞아 혼례식을 올렸 다. 그런데 사실 백석은 점잖아서 어진 것이 아니라 약간 어리석 고 사리에 어두워서 얌전하게 보인 것이었다.

백석은 장가와서 혼례식을 마친 직후에 처음으로 새신랑에게 올리는 `큰상`의 음식을 단숨에 모두 먹어치워 버렸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큰 복[大福]`을 가진 사람은 음식도 많이 먹는다 고 비꼬면서 웃었다.

장가를 가거나 또는 신부가 처음 시집갔을 때, 새신랑이나 새 신부 앞에 처음 올리는 상을 `큰상`이라 하는데, 이 `큰상`은 쳐 다보기 위한 것이지 신랑이나 신부에게 먹으라고 올리는 상이 아니다. 그러나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들고 먹는 시늉만 해야 하 는데, 백석이 이 `큰상` 음식을 다 먹어치웠으니 사람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된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옛날 부잣집 변소에는 악취를 빨아들이게 하기 위해 대추를 몇 알 쟁반에 담아 놓아두었다, 백석이 장가와서 변소에 들어가 보니 쟁반에 대추가 놓여 있기에,

`옳지' 변소에 앉아 심심하니 먹으라고 놓아둔 것이겠지,"
라고 생각하고는 그것을 모두 집어먹어 버렸다.

또, 옛날 부잣집에서는 방에 음식상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쟁 반에 꿀을 약간 발라서 방바닥 한가운데에 놓아두었는데, 이것 은 파리가 그 꿀쟁반에 모여들어 발이 붙어 날아가지 못하기 때 문에 밥을 먹는 동안 파리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백석은 이 꿀을 왜 놓아두는지 몰랐으므로, 쟁반에 묻어 있는 그 꿀을 모두 핥아먹어 버렸다.

장인이 이런 행동을 하는 사위 백석을 겪어 보니, 소문과는 달리 매우 어리석은 것 같아서 크게 실망했다. 그래서 유심히 관 찰해 보니, 백석은 매일 독서도 전혀 하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활 쏘기와 말타기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 지 음식만 잘 먹으니, 부잣집에서는 좋은 사위를 얻으려다가 어 리석은 사위를 얻게 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하루는 장인이 사위에게 글을 쓸 줄 아는지 시험하기 위해 다 음과 같은 문제를 내주었다.

"이 사람 사위! 잘 듣게, 우리 집 종 둘이 말 한 필과 소 두 마 리를 몰고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네, 이렇게 말과 소를 몰고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나루를 지키는 진관(津關)에 가서 통과 허 가를 받아야 하니, 그 허가를 받기 위한 서류를 한 장 써보게 나."

이렇게 말하며 지필묵을 내주었다. 그러나 사위 백석은 글을 알지 못했으므로, 종이를 펼쳐 놓고 강과 나루를 그림으로 그린 다음, 사람 둘과 말 한 필, 소 두 마리를 그려 왔다. 이를 본 장 인은 화를 내고 가슴을 치면서 한탄했다.

"내 문장이 뚸어난 선비를 사위로 맞으려 했는데 환장이(그 림 그리는 사람)를 얻고 말았구나." 이러면서 사위를 쫓아내 버렸다.<조선 초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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