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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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ㅡ6화]사위 백석(白晳)의 어리석음
한 부잣집에서 좋은 사위를 맞이하려고 많은 얘를 썼다. 마침
한 사람이 어느 마을 문벌 가문의 백석이란 총각을 소개하였는
데, 자라는 동안 난잡하게 놀지 않고 얌전하여 이웃 사람들이 모
두 덕인(德人)이라 칭찬한다면서 혼인을 권했다.
그래서 부잣집에서는 이 총각을 사위로 맞아 혼례식을 올렸
다. 그런데 사실 백석은 점잖아서 어진 것이 아니라 약간 어리석
고 사리에 어두워서 얌전하게 보인 것이었다.
백석은 장가와서 혼례식을 마친 직후에 처음으로 새신랑에게
올리는 `큰상`의 음식을 단숨에 모두 먹어치워 버렸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큰 복[大福]`을 가진 사람은 음식도 많이 먹는다
고 비꼬면서 웃었다.
장가를 가거나 또는 신부가 처음 시집갔을 때, 새신랑이나 새
신부 앞에 처음 올리는 상을 `큰상`이라 하는데, 이 `큰상`은 쳐
다보기 위한 것이지 신랑이나 신부에게 먹으라고 올리는 상이
아니다. 그러나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들고 먹는 시늉만 해야 하
는데, 백석이 이 `큰상` 음식을 다 먹어치웠으니 사람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된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옛날 부잣집 변소에는 악취를 빨아들이게 하기 위해
대추를 몇 알 쟁반에 담아 놓아두었다, 백석이 장가와서 변소에
들어가 보니 쟁반에 대추가 놓여 있기에,
`옳지' 변소에 앉아 심심하니 먹으라고 놓아둔 것이겠지,"
라고 생각하고는 그것을 모두 집어먹어 버렸다.
또, 옛날 부잣집에서는 방에 음식상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쟁
반에 꿀을 약간 발라서 방바닥 한가운데에 놓아두었는데, 이것
은 파리가 그 꿀쟁반에 모여들어 발이 붙어 날아가지 못하기 때
문에 밥을 먹는 동안 파리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백석은 이 꿀을 왜 놓아두는지 몰랐으므로, 쟁반에 묻어
있는 그 꿀을 모두 핥아먹어 버렸다.
장인이 이런 행동을 하는 사위 백석을 겪어 보니, 소문과는
달리 매우 어리석은 것 같아서 크게 실망했다. 그래서 유심히 관
찰해 보니, 백석은 매일 독서도 전혀 하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활
쏘기와 말타기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
지 음식만 잘 먹으니, 부잣집에서는 좋은 사위를 얻으려다가 어
리석은 사위를 얻게 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하루는 장인이 사위에게 글을 쓸 줄 아는지 시험하기 위해 다
음과 같은 문제를 내주었다.
"이 사람 사위! 잘 듣게, 우리 집 종 둘이 말 한 필과 소 두 마
리를 몰고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네, 이렇게 말과 소를 몰고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나루를 지키는 진관(津關)에 가서 통과 허
가를 받아야 하니, 그 허가를 받기 위한 서류를 한 장 써보게
나."
이렇게 말하며 지필묵을 내주었다. 그러나 사위 백석은 글을
알지 못했으므로, 종이를 펼쳐 놓고 강과 나루를 그림으로 그린
다음, 사람 둘과 말 한 필, 소 두 마리를 그려 왔다. 이를 본 장
인은 화를 내고 가슴을 치면서 한탄했다.
"내 문장이 뚸어난 선비를 사위로 맞으려 했는데 환장이(그
림 그리는 사람)를 얻고 말았구나."
이러면서 사위를 쫓아내 버렸다.<조선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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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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