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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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ㅡ3화]빈 섬만 짊어진 남편
어떤 부부가 남편은 어리석고 아내는 영리했다. 그런데 아내
가 매우 예뻐서 이웃에 사는 한 남자가 끈질기게 유혹해 서로 정
을 통하게 되었고, 이후 남편이 외출한 때면 늘 만나 재미를 보
곤 했다.
하루는 부부가 함께 산 밑에 있는 밭에 나가 일을 하고 있었
는데, 이 때 아내와 정을 통하고 있던 그 남자가 장에 갔다가 일
을 다 보고 빈 섬만 짊어지고 돌아오다 이들 부부가 산 밑 밭에
서 일을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옳지! 내 저 어리석은 남편을 한번 골려 주어야지......,"
이렇게 중얼거린 이웃집 남자는 이들 부부가 일하고 있는 쪽
으로 발길을 돌렸다. 밭 가까이 다가간 남자는 거짓말을 꾸며 내
어 남편의 심경을 은근히 건드렸다.
"이봐 친구! 아무리 부부 사이지만 대낮에 밭에서 속살을 맞
대고 그런 짓을 하다니, 누가 보면 이찌려고 그래?"
이러면서 싱글벙글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남편은 일이 힘들
어 언짢아하던 참에, 하지도 않은 짓을 했다고 하는 이웃 남자의
말에 화가 났다. 곧 남편은 밭가로 달려나와 이웃 남자에게 삿대
질을 하면서 소리질렀다.
"이 사람 미쳤나? 왜 하지도 않은 짓을 했다고 해?
이러고 따지면서 덤벼들어 싸우려고 했다.
그러자 남자는 여전히 능글맞게 웃으면서 응수했다.
"이봐 친구! 화내지 말고 내 말 잘 들어 봐, 내가 지금 이 빈
섬을 짊어지고서 보니 두 사람이 몸을 맞대고 잠자리를 하는 것
처럼 보인단 말이야, 내가 자네 아내와 함께 저 밭이랑 안에 서
있을 테니, 자네가 이 빈 섬을 짊어지고 여기에 서서 자세히 살
펴봐, 내가 왜 친구에게 거짓말 하겠어?"
이 말에 남편은 호기심이 생겨 그렇게 해보겠다고 말하고, 남
자가 지고 있던 빈 섬을 짊어지고 좀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이
에 남자는 밭 안으로 들어가서, 부인의 치마를 걷어올리고 살을
접속시켜 기분을 올렸다. 이렇게 그 작업을 끝내고 밭에서 나온
남자가 부인의 남편에게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이 사람 친구! 어떻게 보였어? 내 말이 거짓말이었나?"
"아, 이 사람아! 자네 말이 정말 맞구먼. 확실히 그렇게 보였
어, 너무나 신기하던데....,지고 있는 빈 섬이 무슨 조화를 부
리나 봐. 정말 희한한 일도 다 있네그려."
이처럼 부인의 남편은 신기해하면서 손뼉을 치고 좋아했다.
이후로 탈선한 부인의 남편을 `빈 섬만 짊어진 사람`이라는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조선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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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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