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신랑 가르치는 신부

eorks 2019. 9. 11. 00:07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
[제6ㅡ10화]신랑 가르치는 신부
옛날에 한 선비가 딸을 시집보내 사위를 보았는데, 사위는 정 말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그야말로 숙맥 (菽麥)이었다.

장가온 지 3일 만에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신랑이 밥상 위에 놓인 송편[饅豆]을 가리키며 신부에게 큰소리로 물었다.

"저것을 무어라 해? 신기하네, 어떻게 만드는 게지?"

이러니까 신부가 부끄러워하면서 자기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쉬!쉬!' 하는 소리를 냈다.

신랑이 송편을 집어 쪼개 보고 그 속에서 잣[松子]이 나오자, 이번에는 또 그 잣을 신부 앞에 보이면?무엇이냐고물었다. 이 때도 신부는 역시 창피해 말을 못하게 하려고,

"막설(莫說); 말하지 말아요)."
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신랑은 신부의 이러한 배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장가갔던 아들이 돌아오니 모친이 대견하게 생각하며, 사랑 스러운 마음에 이렇게 물었다.

"얘야! 장가가니 맛있는 음식을 많이 차려 주던?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한번 말해 봐!"

모친의 물음에 아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 장가가니까 참 좋더라, 우리 집에서 못 먹어 본 것도 먹어 봤어, `쉬, 쉬! 한 개를 먹었는데 그 `쉬, 쉬'라는 것 속에는 세 개의 `막설'이 들어 있었어, 그게 참 맛있었지만 어떻게 만드 는지 물어도 가르쳐 주지 않더라."

모친은 아들의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신부의 집에서는 어리석은 사위를 본 것에 대해 무척 후회하 며, 어떻게든 쫓아낼 방법을 강구했다. 하루는 장인이 노목(盧木) 이라는 나무로 만들어진 큰 상자를 하나 사왔는데, 이 상자는 쌀 50말[斗]이 들어갈 정도로 컸다.

장인은 자기 부인에게 상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보 부인! 내 이것을 사위에게 보여 주고, 무슨 나무로 만 들어졌으며 쌀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맞춰 보라는 시험을 하려고 하오 그래서 알아맞히면 그냥 둘 것이고, 잘 몰라 어물어물하면 당장 내쫓아 버리려고 하오."

이 때 딸이, 즉 신부가 부친이 하는 이 말을 엿들었다.

그래서 며칠 뒤 신랑이 왔을 때 신부가 밤새도록 다음과 같이 가르쳐 외우게 했다.

"이 궤는 노목으로 만들어졌고 쌀이 50말쯤 들어가겠네요."

자꾸만 잊어버리는 것을 몇 번씩 연습시켜 신랑에게 이렇게 외우도록 했다.

이튼날 장인이 사위를 불러서 노목으로 만든 궤 앞에 세우고 물었다.

"이 사람아! 이 상자가 무슨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쌀이 얼마 나 들어가겠는지 한번 말해 보게나."

"예, 장인 어른! 이것은 노목으로 만들어졌고, 쌀 50말은 거 뜬히 들어거겠습니다."

장인의 물음에 밤새 신부에게 배운 대로 거침없이 대답하 니, 장인은 사위가 매우 영리하다고 칭찬하면서 기뻐했다.

장인은 그래도 마음이 개운치 않아, 하루는 다시 나무로 만들 어진 작은 물통을 사왔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곧장 사위에게로 가서 앞에 내놓으며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랬더니 그만 사위의 무식이 탄로나고 말았다.

장인의 물음에 사위는 막대기로 물통을 툭툭 치면서 서슴지 않고 크게 외쳤다.

"이것은 노목으로 만든 궤입니다, 쌀 50말은 들어가겠는데 요."

장인은 역시 사위를 숙맥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딸이 싫 어하지 않는 눈치여서 그냥 딸과 함께 살도록 했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 장인이 방광[腎膀] 질환에 걸려는데, 사위가 문병을 왔다. 장인이 부어 있는 배를 내보여 주니, 이때 도 사위는 막대기로 장인의 아픈 방광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이 노목 방광도 쌀 50말은 거뜬히 들어가겠습니다."

이 말에 주위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렸다.<조선 초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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