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노목궤(盧木櫃)로 사위 고르기

eorks 2019. 9. 12. 00:06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
[제6ㅡ11화]노목궤(盧木櫃)로 사위 고르기
한 시골 부잣집에 매우 예쁘고 장생긴 외동딸이 있었다. 그런 데 부잣집 주인 노인은 여러 총각들이 장가들겠다고 중매를 넣 어 왔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절하여 외동딸은 그만 혼기를 놓치고 말았다.

부잣집 노인은 딸의 혼기가 늦어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끝 까지 머리 좋은 사윗감을 구하겠다고 고집했다. 그래서 노인은 몰래 노목이란 나무로 55말[斗]들이 큰 꿰를 만들어서 마당 가운 데에 놓고,사람들에게 널리 선언했다.

"세상 총각 중에서 누구든지 이 꿰를 겉으로 보기만 하고, 무 슨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며 또 곡식이 얼마나 들어가겠는지를 알아맞히면 다른 것은 묻지도 않고 사위로 삼겠다."

이렇게 해서 널리 소문이 나니, 각에서 수많은 총각들이 몰 려와 보았지만 알아맞히는 사람이 없었다. 이러는 동안에 세월 만 많이 흘렀고, 이제는 �O아와 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이 집 외동딸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러다가 세월만 흘러 시집도 못 가고 늙을 것 같아 크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 당 시 집안에서 쓰는 자잘한 물건들을 짊어지고 다니면서 파는 한 어리석은 총각이 있었는데, 부잣집 외동딸은 이 총각을 머리에 떠올렸다.

`옳지! 내 무슨 수를 써서 이 총각에게라도 시집을 가야지, 총각이 어리석어도 건장하고 마음씨는 고운 것 같거든....,"

외동딸은 이런 생각을 하고는 그 총각이 집 앞을 지나갈 때에 가만히 불러들렸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계책을 설명했다.

"총각! 내 말 잘 들어요. 총각이 우리 집 마당에 와서 놓여 있 는 꿰를 보고, `노목으로 만들어졌는데 곡식이 55말은 들어가겠 네요' 하고 말하면, 부친은 널리 약속해 놓았기 때문에 총각을 나와 혼인시켜 줄 겁니다. 실수 없이 잘하시오."

부잣집 딸의 설명을 들은 총각은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하 고, 곧장 마당으로 가서 거기에 놓여 있는 꿰를 보고 처녀가 일 러 준 대로 의젓하게 말했다. 그러자 노인은 손뼉을 치면서 기뻐 하고, 당일로 날을 받아 혼례식을 올렸다.

이후로 장인은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모두 사위에게 물어서 처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때 마침 한 사람이 암소를 팔겠 다고 하므로, 장인은 사위를 불러 소가 좋은지 어떤지 살펴보라 고 했다. 그러자 사위가 소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이것은 노목으로 만든 꿰인데 55말은 거뜬하게 들어가겠네 요."

이 말을 들은 장인이 놀라면서 중얼거렸다.

"이 사람이? 소를 보고 나무라고 하더니......영리하던 사람 이 갑자기 망령이 들었나? 왜 이렇게 된 게지?"

딸이 남편의 이런 모습을 보고는 크게 놀라, 조용히 남편을 불러 나무라면서 다음과 같이 일러 주었다.

"여보! 참 딱하십니다. 부친께서 소를 살펴보라 하시면 소의 입술을 열어 보고는 `나이가 어리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그리 고 또 소의 꼬리를 들어 보고는 `새끼를 잘 낳겠네'라고 말해야 하고요."

사위는 아내가 일러 주는 이 말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여러 번 외워 머릿속 깊이 간직했다.

이튼날 장모가 갑자기 병이 들어서 사위를 불러 들어와 보라 하니, 사위는 방에 들어와서 누워 있는 장모를 한참 동안 멍하니 보고 있다가 갑자기 장모의 입술을 열어 보고는,

"아직 나이가 어리구먼."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 이불을 들춰 장모의 엉덩이 부분을 쳐다보더니 크게 소리쳤다.

"새끼를 많이 낳겠는데그려."

사위의 이런 행동을 보고 장인 장모는 큰 걱정을 했다.

"소를 보고 나무로 알고 사람을 보고 소로 아니, 아마도 갑자 기 미친 병이 든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한담.....,"

부모의 걱정에 딸은 속으로 웃었다.<조선 중기>


......^^백두대간^^........白頭大幹

'조선왕조 때 유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부에게서 배운 인사법  (0) 2019.09.14
신부가 가르친 남산 노래  (0) 2019.09.13
신랑 가르치는 신부  (0) 2019.09.11
어설픈 아내 보호  (0) 2019.09.10
국수 훔쳐먹은 신랑  (0) 2019.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