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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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ㅡ12화]신부가 가르친 남산 노래
어떤 마을에 매우 영리한 처녀가 있었는데 혼인을 하게 되어
혼례식을 올렸다. 신부가 첫날밤에 신랑을 보니 너무 어리석어
보여, 내일 여러 사람들과 놀 때에 실수를 할 것 같아 잔뜩 걱정
이 되어서 물었다.
"서방님! 내일 많은 손님들이 모여 새신랑에게 노래를 하라
고 할 텐데, 아는 노래가 많이 있습니까?"
이 물음에 신랑은 아는 노래가 하나도 없고, 또 노래에는 전
혀 취미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신부는 노래를 한 가지 가르
쳐 줄 테니 따라 하라고 했다.
곧 신부가 먼저 목청을 가다듬어 작은 소리로 `남산~에' 하
고 부르니, 신랑도 큰소리로 역시 `남산~에' 하고 따라 불렀다.
이 때 신랑이 너무 크게 소리를 내므로, 신부는 남들이 들을까
걱정되어 소리를 작게 하라는 뜻으로,
"시끄럽다[擾亂哉]."
하고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신랑 역시 큰소리로 `시끄럽
다' 하고 그 말도 따라 했다.
이에 당황한 신부는 엉겁결에 좀 크게 소리를 질렀다.
"건넛방에 들리겠다."
이에 신랑은 더 큰소리로 `건넛방에 들리겠다'라고 또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었다. 신랑의 이런 모습을 본 신부는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서, 더 이상 신랑을 상대할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
서 신부는,
"정말 개새끼로다!"
라고 중얼거리듯 욕을 하고는 돌아누워 입을 다물었다.
이튼날, 손님들이 모여 놀면서 새신랑에게 노래를 하라고 졸
랐다. 신랑이 잘 못한다고 사양하다가 마침내 목청을 가다듬어,
`남산~에' 하고 어젯밤 신부에게서 배운 첫 부분을 불렀다.
이에 손님들이 모두 잘한다고 손뼉을 치니, 신랑은 이어 `시
끄럽다' 하고 외쳤다. 그러자 손님들이 모두 조용히 하니, 이번
에는 신랑이 신이 나서 큰소리로 외쳤다.
"건넛방에 들리겠다."
이 때 장인이 건넛방에 있다가 이 소리를 듣고는,
"응 그래, 이 사람아! 내 잘 듣고 있으니 계속 해보게나."
하고 웃었다. 장인의 말을 받아 신랑은 더 큰소리로 이렇게 외치
는 것이었다.
"정~말~ 개새끼로~구~나."
모여 있던 손님들은 박장대소를 했고, 장인은 하늘만 쳐다보
며 아무 말이 없더라.<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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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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