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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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ㅡ14화]중은 여기 있고 나는 어디 갔어
조선 명종 연간에 한 스님이 죄를 지어 구금되었다가, 멀리
외딴 섬으로 귀양가게 되었다. 한 군졸이 스님을 묶어 귀양지로
압송해 가는데, 스님은 벗어날 방도를 여러 가지로 생각하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을 떠올랐다.
밤에 여점(旅店)에 들렀을 때, 스님은 압송해 가는 군졸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내 짐 속에 약간의 돈이 들어 있는데, 내 묶은 손을 좀 풀어
주면 그 돈으로 술을 사주겠네, 어떤가? 그렇게 하겠는가?"
이렇게 말하니, 군졸은 정말인지를 다짐받은 다음에 묶었던 끈
을 풀어 손만 내놓고는 몸을 다?묶는 것이었다. 이에 스님은 짐
속에 감추어 두었던 돈을 꺼내어 주모에게 주면서 가만히 일렀다.
"주모, 이 집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한 병 가지고 오시오."
이러며 주모와 눈을 맞추어 눈짓을 하니, 워낙 사람을 많이
접한 주모는 무슨 말인지 알아채고 아주 독한 술 한 병을 여종에
게 들려 방으로 들여보냈다.
이에 스님은 여종을 시켜 군졸에게 술을 따라 주라고 하면서.
"술이 부족하면 더 사서 올리겠으니, 마음 놓고 드시오."
라고 말하며, 여종에게 계속 술을 권하게 했다.
군졸은 여종이 아양을 떨면서 따라 주는 술을 받아 마시기 시
작하여 곧 술 한 병이 모두 비자, 여종의 치마 밑에 손을 넣은 채
그만 자리에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다.
이 때 스님은 여종에게 몇 푼의 돈을 주어 내보내고, 자기 짐
속에서 가위를 꺼내 군졸의 머리를 모두 깎았다. 그리고 군졸의
옷을 모두 벗긴 다음, 자기가 입고 있던 승복을 벗어 이 군졸에
게 입혔다.
그런 다음 스님은 자기 몸을 묶었던 밧줄로 중의 모습으로 변
한 그 군졸의 손과 몸을 꽁꽁 묶었다. 그러고 나서 스님은 군졸
이 입었던 군복을 자신이 입고,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그 위에
군졸이 쓰고 왔던 모자를 푹 눌러썼다.
이렇게 변장 후 군졸이 가졌던 창을 잡고 일어서 보니, 스
님 자신은 영락없는 군졸이 되었고 묶이 채 술에 취해 자고 있는
사람은 틀림없는 죄인 스님이었다.
아침에 해가 돋은 뒤에 술에 취했던 군졸이 부스스 눈을 떠보
니, 자기가 스님 옷을 입은 채 밧줄에 묶여 있고, 한 군졸이 옆에
서 창을 들고 서 있기에 도무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
었다. 그래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대야에 담긴 물에 얼굴을 비쳐
보니, 얼굴은 자기의 얼굴이 맞는데 머리는 깎여 중머리였다.
군졸이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옆에 있는 군졸 복장을 한 사람
에게 물으니, 그 사람은 태연하게 이렇게 말했다.
"아, 스님은 죄를 짓고 귀양살이를 떠나는 길입니다. 자신의
모습을 보면 스님이 맞지 않습니까?"
이 말을 듣고 술 한 병에 졸지에 스님으로 변한 군졸은 소리
치며,
"그렇다면 죄인 스님은 여기에 분명히 있는데, 군졸이었던
나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아무리 �O아도 내가 없지 않은가?"
하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으나 어쩔 수 없이 분명한 죄인이었다.
곧 군졸로 변한 스님이 죄인이 된 군졸을 압송해 귀양지에 가
서 인계하고 도망치니, 군졸은 별수 없이 죄인 스님으로서 여러
해 동안 귀양살이를 했다.
이 이야기로 하여 정신을 잃고 엉뚱한 짓을 하는 사람을 보고
흔히, `중은 여기에 있고 나는 어디 갔어?' 하면서 놀리는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조선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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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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