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
[제6ㅡ15화]자기 처를 잊어버린 사람(忘妻者)
옛날 돌천동(乭泉洞)에 아주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 있었다.
마침 그 마을 뒤에는 절이 하나 있었는데, 그 절 스님이 이 사람
집에 드나들다가 그만 이 사람 아내와 눈이 맞아서 통간하고 친
하게 사귀었다.
스님이 이 사람의 아내를 수시로 끼고 누워 놀다 보니 점점
정이 깊어졌고, 마침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이 여자 남편의 건망증 심한 것을 이용해, 그 남자를
중으로 만들어 내�i으면 내가 이 여자와 살 수가 있겠다.'
곧 어느 따뜻한 봄날 스님은 이 계획을 실천으로 옮겼다. 스
님은 아주 독한 술을 준비해 가지고 그 남자를 유인해 깊은 산속
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스님은 산비탈 잔디 위에 이 남자와 나란
히 앉아,
"아, 이 산의 철쭉꽃, 저 산의 파란 새싹 참 좋지요."
하면서, 여러 가지 경치를 칭찬하며 술을 권했다. 술에 취한 남
자는 어느새 완전히 정신을 잃어 세상 모르고 잠들었다.
이에 스님이 그 남자의 머리를 깍은 다음 자기의 승복을 벗어
그에게 입히고, 염주와 배낭[鉢囊]까지 그 남자의 몸에 걸쳐 치
장했다. 그리고 육환장(六環杖)도 잠든 그 남자의 손에 쥐어 놓
았다.
이렇게 한 다음, 스님은 그 남자의 옷을 입고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는 그의 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남자의 아내에게 자세
한 설명을 한 후 이것저것 집안일을 하면서 그의 아내와 함께 있
었다. 술을 깬 남자는 자기가 완연한 중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으나, 자기가 중인지 아닌지 기억할 수가 없어 혼
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 우리 집에 가서 보고 남자가 없으면 들어가 살지만, 만약
에 어떤 남자가 살고 있으면 나는 분명히 중이야. 그때는 할 수
없이 스님 행세를 해야 한다."
남자가 산에서 내려와 집 근처를 돌면서 살펴보니, 자기 집에
서는 한 남자가 집안일을 하면서 자기 아내와 다정하게 살고 있
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자는 자신이 틀림없는 중이라고 생각하
고 절에 가 스님 행세를 했다.<조선 후기>
|
......^^백두대간^^........白頭大幹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