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기생을 여우로 착각

eorks 2019. 9. 17. 06:07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
[제6ㅡ16화]기생을 여우로 착각
상주(尙州)에 사는 성여필(成汝必)은 성품이 치밀하지 못해서 사리 판단이 좀 어두웠다. 하루는 말을 타고 다른 지방에 나들이 갔다가 날이 저물어 말을 빨리 몰아 돌아오는데, 중도에서 한 젊 은 여자를 만났다.

말을 세우고 자세히 살펴보니, 평소에 만난 적이 있는 관기 (官妓)였다. 성여필을 본 기생은 반가워하면서 말했다.

"생원님은 저를 보신 적이 있지요? 저는 이 고을 기생입니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머니, 생원님 말 뒤에 좀 얹혀 함께 타고 가 게 해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이렇게 애원하는데 성여필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밤중에 기생이 혼자 걸어간다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래서 여우 가 여자로 둔갑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이 나서 냉정하게 대하 며 허락하지 않은 채 말을 몰아 가려고 하니, 여자는 한사코 다 리를 잡으면서 데려다 달라고 매달렸다.

그래서 성여필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소리쳤다.

`내 이 여우를 잡아가서 껍질을 벗기면 좋은 털가죽을 얻을 수 있겠다.'

"좋다. 내 뒤에 올라타라."

그리하여 여자를 등뒤에 올라타게 하고는 허리띠를 풀어 여 자를 자기 허리에 단단히 동여매었다. 이런 모습을 본 기생은 속 으로 웃으면서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말을 달려 집 가까이 온 성여필은 소리쳐 아들을 불러,

"얘야! 빨리 횃불을 가지고 나오고 또 사냥개도 몰고 오너라, 여기 여우를 잡아왔으니, 내 겨울 휘항(揮項: 목 뒤를 덮는 것) 감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또 도끼와 몽둥이도 가져와라, 여우 가 도망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하고 연속으로 외쳐 댔다.

이러는 동안 동내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말에서 내린 기생은 손뼉을 치며 깔깔대고 웃으면서 말했다.

"생원 어른! 나는 여우가 아니라 진정 관기 아무개입니다. 생 원님도 나를 본 적이 있지 않으십니까? 안됐습니다만 휘항감은 다른 날 다시 여우를 잡아 껍질을 벗겨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 다. 말을 태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몰려온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고 한바탕 크게 웃으니, 성여필 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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