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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무악재 나무장수

eorks 2019. 11. 8. 01:32
野談 ♡ 野史 ♡ 說話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무악재 나무장수
    수월댁이 총각을 얼싸안고 “난 유부녀가 아니야, 과부야” 으스스 찬바람이 불어올 때면 한양도성 사람들의 발길은 자하문 밖 무악재로 향한다. 무악재 양편엔 장작이 무더기 무더기 쌓여 있다. 수월댁도 눈과 코만 내놓은 채 장옷을 둘러쓰고 무악재에 다다랐다.  솔잎만을 모아 반듯하게 만든 솔가리, 통나무 가운데를 쪼갠 장작을 둘러보다가 눈길이 꽂힌 곳은 떠꺼머리 총각 이 지키고 있는 통나무 바리다. 수월댁이 총각을 향해, “이 통나무는 대들보로 파는 거유? 아니면 땔감이유?”물 으며 배시시 웃자 총각 왈 “원하는 대로지요, 마님. 발가벗고 목간하는 목간통도 만 들 수 있고요.” “어마나!” 수월댁은 장옷으로 얼굴을 가렸다.  흥정이 이루어졌다. 통나무를 수월댁 뒤뜰에 부려 놓고 이튿날부터 총각이 도끼질을 해주기로 하고 육십냥에 합의 했다.  이튿날 총각은 날이 선 도끼를 들고 와 장작을 패기 시 작했다. “총각, 탁배기 한잔 들고 하시오.”  새벽엔 살얼음이 얼지만 초겨울 햇살은 따스했다. 북어 초절임 안주를 들고 오던 수월댁은 윗도리를 벗은 채 일하 는 총각의 근육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총각이 탁배기 사발을 단숨에 비우고 나자, “어마나, 내 정신 봐라. 젓가락을 안 갖고 왔네. 손 방금 씻었소” 하며 수월댁이 두손가락으로 북어초절임을 집어 넣어줬다. 입 안에 초절임을 넣고 손가락을 빼지 않자 꿀을 빨듯이 수월 댁의 손가락을 하나씩 빨았다.  “마님, 보통 장작 사러 오는 사람은 바깥 나으리인데 어 찌 안방마님이 직접 오셨소?”  “나으리는 의금부 도사로 근무 중이니 내가 갈 수밖에. 그나저나 총각은 왜 아직도 장가를 안 갔어?”  “돈을 좀 모아야 색시를 구하지요.”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다 수월댁은 방으로 들어갔다.  손가락에 침을 묻혀 뚫어 놓은 들창 구멍에 한쪽 눈을 갖다 댔다. 들창 바깥에는 아궁이 재를 부어놓은 거름 무 더기가 젖무덤처럼 솟아있다. 거름 무더기를 보려고 수월 댁이 들창 구멍에 눈을 박는가, 아니다. 총각이 앞마당 구 석에 있는 통시까지 가기 싫어 바로 옆에 있는 거름 무더 기에 오줌발을 갈기는 것이다.  총각은 거무튀튀한 물건을 꺼내 살수하듯이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삼일째, 마지막 날. 쌓아 놓은 장작을 무너뜨리며 수월 댁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이게 뭐요. 이게, 참나무란 말이요?” 총각이 멍하니 서 있자, 수월댁의 목소리는 한층 높아졌다. “양두구육(羊頭 拘肉)일세! 눈에 보이는 것들은 전부 참나무더니만 안에는 잡목 투성이네!”  총각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나무를 하다보면 잡목도 좀 섞이지요….” 둘은 옥신각신하다가 열냥을 깎아 오십냥에 합의를 했다. 수월댁은 배시시 웃으며 총각을 안방으로 끌어들였다.  개다리소반에 술상을 차려 놓았는데 탁배기가 아니고 머루주에 안주는 문어라!  “사흘 동안 고생했소, 한잔 하시오.”  총각이 술을 마실 동안 장롱을 열던 수월댁이 “이걸 어쩌나 마흔냥밖에 없네. 열냥이 모자라….” 총각이 버럭 화를 내며 “열냥을 깎더니 또 깎을 셈이요?”  수월댁은 눈을 흘기며 “오늘 밤 총각은 주머니가 두둑하 니, 틀림없이 주막에 가서 삼패기생을 끼고 잘 거 아니야! 열냥만 쓰겠어?”  총각에게 착 달라붙어 머루주를 따르며 “내가 군불을 너 무 땠나?” 덥다며 옷고름을 풀었다.  총각은 ‘이 여자가 점쟁인가, 남의 속을 들여다보네.’ 생 각하며 와락 수월댁을 껴안았다. 방구들이 꺼질 듯 방사를 치르고 나서 총각이 옷을 입으려 하자 수월댁이 총각을 얼 싸안고 깍지를 꼈다.  “나으리가 의금부에서 퇴청할 시간이 지났잖아요.” “호호호 거짓말이야, 나는 과부야.”  수월댁을 뿌리치고 옷을 입던 총각은 억울한 생각이 들 었다.  “나도 속았소. 겉과 속이 딴판이잖소!”  수월댁이 눈이 동그래져 “그게 무슨 소리요?” 묻자, 떠 꺼머리 총각 말하는 것 좀 보소. “마님은 비단옷을 입고 박 가분을 발라 겉으로는 양귀비인데 가슴과 엉덩이는 축 처 졌지, 배는 골골이 주름졌지. 그리고 남편이 있다고 왜 속 였소?”  한숨을 길게 쉰 수월댁이 “다 좋은데 남편 있고 없고가 무슨 상관이야?” 총각 왈 “유부녀와 과부의 값어치는 하늘 과 땅이요. 과부라는 걸 알았으면 옷을 벗지도 않았지 뭐.”  총각은 다섯냥을 받아 헛기침을 하며 집을 나섰다. 결국 해웃값으로 다섯냥만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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