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談.野史.說話

우리가 판다고 광고를 낸 부모가 바로 우리라오

eorks 2019. 11. 9. 00:30
野談 ♡ 野史 ♡ 說話

우리가 판다고 광고를 낸 부모가 바로 우리라오
    『남의 부모를 사러간 부부 보성설화 / 설화 』 옛날 벌교에 서씨 성을 가진 가난한 사람이 살았다.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던 서씨는 어렵게 돈을 모아서 결혼을 하 게 되었는데, 상대방은 역시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던 여 자였다. 그러니까 머슴살이를 하던 사람하고 식모살이를 하던 사 람하고 결혼을 하게 됐는데, 두 사람 다 부모가 일찍 돌아 가시고 안 계셨다. 그래서 물 한 그릇 달랑 떠 놓고 혼인서 약을 하면서도 제일 그리운 것은 서로가 부모의 정이었다. 어렵게 지내서 그런지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하는 것이 각별 하였다. 그래서 비록 전에는 머슴살이를 하고 식모살이를 하였지만 이제는 제법 남부럽지 않게 잘 살게 되었다. 그런데도 항시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였다. 서로가 말은 하지 않아도 부모님이 그리웠던 것이다. 서로의 생각은 비슷한데도 두 사람은 속내를 내보이지 않 았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데 부모님 생각하는 것이 사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였고, 아내 역 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두 사람은 옛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다. “우리 둘 다 젊어서 고생을 하다가 이제 조금은 먹고 살 만 한데, 당신은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것이 뭐요?” 그러자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내가 남편에게 되물 었다. “고생은 당신이 더 많이 했지 뭐. 당신은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예요?” “내가 먼저 물었으니 당신이 먼저 대답해야지.” 그렇게 서로 흉금을 털어 놓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얼굴도 몰라요. 그러니 부모님 한 번 모셔보는 것이 소원이에요.” “아니, 당신도 그렇소? 나도 사실 오래 전부터 그런 꿈을 꾸었소. 먹고 살기 힘들 때는 부모님 원망도 많이 하였는데 이제 조금은 여유가 생기다 보니 부모님 한 번 모셔보는 것 이 꿈이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부모를 한 번 모셔 보자는 데 의견 이 일치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 ‘부모님 팝니다’ 하는 광고가 났다. 막상 부모를 모셔보자고 합의는 하였지만 그런 일이 일어 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서씨는 광고를 보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갔다. 찾아가보니 이상하게도 아주 호화스 럽게 잘 사는 집이었다. ‘이런 집에서 어찌 부모를 판다고 광고를 냈을까?’ 의아한 생각이 들어 다시 집을 여기저기 둘러보니 정말 부 모를 판다는 광고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으리으리한 집이 었다. 그래서 그 집 머슴들에게 몰래 물어보았다. “세상에 그런 일이 어찌 있단 말이오! 나는 모르겠으니 궁 금하면 주인에게 직접 물어보시오.” 그 집 머슴 이야기도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부모를 모시 겠다는 생각이 간절하였던 데다 이왕 마음먹고 온 것, 주 인이라도 한 번 만나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주인을 찾았 다. 그래서 주인을 만나 물어보았다. “이 댁에서 부모를 판다고 그랬습니까? 광고를 보고 왔는 데요.” 그랬더니 그 집 주인 내외가 서씨를 이모저모 뜯어보는 것 같더니 이야기하였다. “우리가 그 광고를 낸 적이 있소이다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 부모를 판다는 광고를 냈단 말인가? 보아하니 아직 실성할 나이는 아닌 것 같은 데, 이런 천벌을 받을 사람들 같으니라고. 속마음은 그러 했지만 서씨는 부모를 모셔야겠다는 생각에 아무렇지 않 은 듯 되물었다. “부모님을 파신다면 얼마에...” 그렇게 말해놓고도 민망했는지 서씨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런 눈치를 챘는지 주인 내외가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곧 바로 답을 하였다. “값이 아주 비쌉니다.” “아이, 비싸더라도 말씀을 하십시오. 얼마든지 드리겠습 니다.” 그러자 주인 내외가 다시 서씨를 한참 뜯어보더니 말을 하 였다. “논으로 계산하면... 한 이십 마지기 정도는 되어야 살 수 있소.” 이십 마지기라는 말에 서씨는 움찔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 머슴살이 식모살이를 해서 부부가 모은 재산이라는 것이 삼십 마지기 남짓 되는데, 이십 마지기를 주고 나면 고작 열 마지기 밖에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부모를 모시고 싶기는 해도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 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기다릴 아내 생각을 하니 돈도 돈이지만 어떻게든 부모를 모시는 것이 더 중요할 것 도 같았다. “제가 꼭 사고 싶은데 돈을 적게 가져왔습니다. 그러니 제 가 다시 돈을 가지고 올랍니다.” “가져온 돈이 어느 정도요?” “제가 가져온 돈은 다섯 마지기 값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러자 주인 내외가 서씨를 다시 힐끔 쳐다보더니 이야기 하였다. “그러면 다섯 마지기 값을 주고 나머지 열다섯 마지기 값 을 가지고 오시오.” 계약금 조로 다섯 마지기 값을 놓고 가라는 말에 서씨는 잠시 망설였다. 만약 집에 가서 아내가 반대한다면 거금을 날릴 판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거구로 생각해 보면 부모를 산다는 것이 조선팔도에서 있기 힘든 일이니 만약 누군가가 선수를 쳐버리면 말짱도루묵이 되고 말 일, 그래서 서씨는 결심을 한 듯 말하였다. “제가 다섯 마지기 값은 드리고 가지만, 집에 가서 아내와 이야기를 해보고 열다섯 마지기 값을 가지고 와 사든지 아 니면 포기를 하든지 결정을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언제가지 돌아오겠다고 하고는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온 서씨가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돈 이야기를 꺼냈다. 평생을 식모살이를 해서 모은 돈이니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다섯 마지기 값을 계약금 조로 주고 왔다면 아내가 펄쩍 뛸 텐데 하는 걱정도 앞섰다. 그런데 뜻밖에 아내가 더 적극적이었다. “돈이야 또 벌면 되지만 부모는 다시는 모시기 어려운 것 아닌가요? 그러니 당장 모셔오세요.” 그렇게 해서 서씨는 논 열다섯 마지기를 팔아가지고 다시 부모를 사러 갔다. 말은 그랬지만 다섯 마지기 값을 포기 하고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서씨가 오자 주인 내외는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이내 정색을 하고는 대금을 한 푼도 깎아줄 수 없다고 하였다. 서씨가 논 열다섯 마지 기 판 돈을 고스란히 넘겨주자 주인 내외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놀라운 이야기를 하였다. “사실 우리 부모님은 이 세상에 안 계시오.” 그 말을 듣고 서씨는 하마터면 큰 소리를 낼 뻔하였다. 부 모를 판다고 속여 놓고 목돈을 가로채려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주인 내외의 인상이 너무도 좋아서 차마 큰 소리를 내지는 못하였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부모를 판다고 하여 거의 전 재산을 팔아서 왔는데 안 계신다니요.” 그러자 주인 내외가 빙긋이 웃더니 말을 이었다. “우리가 판다고 광고를 낸 부모가 바로 우리라오. 우리 부 부는 재산을 많이 모았지만 부모님께서 이 세상에 안 계시 니 늘 그것이 안타까웠다오. 더구나 자식들이라고는 키워 놓으니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그래서 정말 우리처럼 부모 를 그리워하고 부모를 한 번 모셔보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 전 재산을 넘겨줄 요량으로 광고를 낸 것이오. 그러니 당장 내려가서 아내를 데려와서 평생 우리를 부모로 모셔 주시오.” 그렇게 해서 부모를 그리워하는 늙은 부부와 젊은 부부는 부모와 자식의 예를 갖추고 평생을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허석 / 한국설화연구소 소장 (※ 이 이야기는 순천대학교 총장을 지낸 故 최덕원 선생 님께서 채록한 설화에서 기본 뼈대를 취하였음을 밝힙니 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