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록유산

세계기록유산 /이란 /자히레이 화레즘샤이(283)

eorks 2020. 3. 13. 00:11

세계기록유산 /이란 /자히레이 화레즘샤이
[Dhakhīra-yi Khārazmshāhī]

국가 : 이란(Iran)
소장 및 관리기관 : 세파샤라르 도서관(Sepahsālār Library (Shahīd Muṭahharī School))
등재연도 : 2013년
『자히레이 화레즘샤이(Dhakhīra-yi Khārazmshāhī)』는 이스마일 주르자니(Ismā‘īl ibn ṭasan Jurjānī, Zayn al-Din Sayyed Isma‘il ibn Husayn Gorgan, 1040~1136)가 1110년(이슬람력 504년)에 페르시아어로 펴낸 가장 방대한 양의 이란 최초의 의학백과사전이다. ‘자히레이 화레즘샤이’의 뜻은 ‘화레즘 샤에게 바치는 보고(寶庫)’라는 뜻으로 ‘화레즘’은 중앙아시아 서부 지역을 말하며 ‘화레즘 샤’는 1097~1127년 동안 화레즘을 통치한 첫 번째 샤인 쿠트베딘 무하마드(Qutb ad-Din Muhammad)를 뜻한다.

『자히레이 화레즘샤이』는 의학 분과 전체를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외과·위생·영양·약리학·약제학과 같은 주제도 다루고 있다. 이 역사가 오래된 문헌에는 정신분석 요법, 집단 치료, 이야기 치료, 음악 치료 및 작업 치료와 같은 비교적 최근에 발견되고 있는 여러 치료법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로 주목할 만하다.

『자히레이 화레즘샤이』에는 주르자니가 임상 관찰과 실험을 통해 의학을 연구한 결과와 갈레노스(Aelius Galenus, 129~200, ‘페르가몬 왕국의 갈레노스’)·히포크라테스(Hippocrates)에서부터 이븐시나(Ibn Sīnā, Avicenna, 980~1037)·알라지(Muhammad ibn Zakariya al-Razi, 854~925)에 이르는 의학자이자 철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이 백과사전이 아랍어·우르두어·히브리어·터키어 등으로 번역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란과 중앙아시아·인도·오스만제국을 비롯한 아랍어권 국가들이 이 백과사전을 폭 넓게 이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나중에 출간된 여러 의학 서적의 편집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개인뿐 아니라 여러 박물관과 도서관에서도 이 책의 필사본을 여러 편 소장하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 의학 전문가 및 연구기관에서도 이 책을 두고 많은 연구를 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 그리고 현재까지도 『자히레이 화레즘샤이』를 보편적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자히레이 화레즘샤이』는 원본이자 완성본으로 다양하고 화려한 채색 삽화가 포함되어 있다.

세계적 중요성·고유성·대체불가능성 :
『자히레이 화레즘샤이』는 12세기(이슬람력 6세기) 초에 당대의 응용 의학 및 이론 의학 지식을 모두 수집하여 하나의 총체로서 한 권의 책으로 편찬된 책이다. 주르자니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의학에 관하여 매우 방대한 분량의 책들이 많이 만들어져 왔지만 의사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다른 책을 별도로 참조할 필요 없는 완결된 책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즉, 이 책은 단 한권에 모든 의학 지식을 망라한 의학백과사전이다.

이 책은 의학교육에 있어 엄청난 인기를 단숨에 얻었다. 『페르시아 의학사(A Medical History of Persia)』라는 책을 남긴 시릴 엘굿(Cyril Lloyd Elgood, 1893~1970)은 『4개의 강화(講話, Chahār Maqāla)』(1110년~1161년에 활동했던 페르시아 시인 니자미(Nizami Aruzi)의 저서)와 의학 교과서를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방대한 교과서 중 지금은 이븐시나(Avicenna)의 『의학정전(The Canon of Medicine)』이 가장 인기 있으며, 후대 저술가들의 저작에서 인용된 횟수나 현전하는 원고의 수량으로 볼 때 두 번째로 인기 높은 책은 알 주르자니의 백과사전이다.’

『자히레이 화레즘샤이』를 저술하면서 폭넓은 주제를 다루기 위하여 주르자니는 이란의 의학자들이 편찬한 여러 책들을 읽었는데 이슬람 국가의 의사들이 저술한 책들뿐 아니라 로마 또는 그리스 출신의 의학자들이 저술한 많은 책들을 검토했으며 이를 저서에 인용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자히레이 화레즘샤이』는 신뢰할 수 있는 참고용 저서이자 편집 과학서적의 전범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히레이 화레즘샤이』에는 주르자니가 발견한 의학적 혁신을 담고 있는데, 알렙포 종기(Aleppo Boil, Sālak, 리슈만편모충증)와 같은 질환을 발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그는 갑상샘 부종을 관찰하고, 궤양과 상처 치료를 위하여 석고(Gypsum)를 적용한 최초의 의사였다.

또한 외과 수술 도구나 장치에 있어서도 주르자니는 많은 혁신을 이루었다. 암종의 초기 징후를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해서 주르자니는 납 혼합물과 약초 성분을 이용하는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치료 과정을 제안했는데, 이러한 방법은 화학치료의 초기 적용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가 발견한 상당수의 의약품 조제법은 훗날 책이나 의학 논문을 통해 다시 소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행복 또는 슬픔에 잠긴 상태에서 나타나는 여러 다양한 정신적 상태에 관한 지식이나 오늘날에도 널리 이용되고 있는 놀랍도록 혁신적인 진단 방법은 『자히레이 화레즘샤이』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주제는 이야기 치료·음악 치료·작업 치료·집단 치료 등을 포함하고 있는 정신 건강에 관한 일반적인 주제 아래 기술되어 있다. 『자히레이 화레즘샤이』는 예방법, 신체 건강, 체중 감량, 의복 착용에 대한 적절한 주의, 위생, 육지 또는 해상 여행 시에 주의할 점, 노인을 보살피는 법, 성병, 아이 돌보기와 교육 등을 포함하여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한 많은 주제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자히레이 화레즘샤이』가 출간된 후 이에 영감을 얻어 많은 의학 서적들이 저술되었는데, 그중에는 특히 2005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바 있는 『자히레이-니잠샤이(Dhakhīra-yi Niżāmshāhī)』가 있다. (‘자히레이-니잠샤이’는 아제르바이잔 유산으로 『자키라이-니잠스하이(Zakhirai-Nizamshahi)』로 등재됨) ‘자히레이 화레즘샤이’라는 제목을 모방한 또 하나의 책, 『자히레이 카밀라(Dhakhīra-yi Kamila)』는 하킴 무하마드(Ḥakīm Muḥammad)가 쓰고 샤 사피(Shāh Ṣafī, 1642년(이슬람력 1052))에게 헌정된 책이다. 이와 동일한 형태를 지닌 많은 책들이 『자히레이 화레즘샤이』를 차용하여 만들어졌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1578년(이슬람력 896년)에 편찬되어 오스만제국의 술탄 바야지드(Bāyazīd)에게 헌정된 『미랏 알 시하(Mir’āt al-Ṣiḥḥa)』가 유명하다.

『자히레이 화레즘샤이』의 전체 또는 일부분이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점은 인도에서부터 소아시아·아나톨리아·중앙아시아·트랜스코카시아 그리고 아랍어권 국가들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에서 이 책이 폭넓게 퍼져나가 유용하게 이용되었다는 증거이다. 한편 최초의 아랍어 번역은 동시대인들의 요청에 부응하고자, 또 학문 교류를 촉진하고자 주르자니가 직접 작업하였다.

이 책은 또한 히브리어·우르두어·터키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1998년 크뤼솔(Thierry de Crussol Des Epesse, 1952~)은 그의 책 『이스마일 주르자니의 눈에 관한 담론(Discours sur l’oeil d’Esmail Gorgani)』라는 프랑스어 번역 책을 출간하여 『자히레이 화레즘샤이』의 제6항에 등장하는 안과 질환에 대한 논평과 해설을 덧붙여 설명했다. 이 항목은 머리에서부터 발가락까지 인체의 전체 질환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또 크뤼솔은 책을 완성하고자 『자히레이 화레즘샤이』의 제1권에 실린 안구 해부도도 번역하였다. 다음 단계로써 그는 병리학 항목, 안과 질환의 치료에 관한 기본 원칙을 번역하였고, 끝으로 안과 질환용 의약품의 생산을 위해 필요한 방법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자신의 책 서문에서 크뤼솔은 『자히레이 화레즘샤이』에 나타난 주르자니의 견해를 소개하고, 그것을 『의학정전』과 다른 의학서적에서 나타난 견해와 비교하였다. 또한 크뤼솔은 『자히레이 화레즘샤이』에 나타난 치과학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파악된 이란의 서지학 저작물 중 6세기에서 14세기에 출간된 완성본 또는 부분 필사본 형태의 『자히레이 화레즘샤이』 230편이 확인되었다. 또한 이 책의 수많은 복사본이 전 세계 여러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프랑스의 학자인 조제프 라 브로스(Joseph la brosse, 1636~1697)는 1680년 처음으로 페르시아 의학사에 관한 책을 출간하였다. 당시 페르시아어로 쓰인 의학 저서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와 관련하여 라 브로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의학과 페르시아어를 동시에 배우기 시작하였다··· 나는 히포크라테스의 경구를 페르시아어로 번역하였다··· 나는 아랍어나 페르시아어로 쓰인 책을 많이 읽었는데 특히 『자히레이 화레즘샤이』라는 제목의 의학총서를 즐겨 읽었다.”

한편, 1664년~1677년(이슬람력 1075~1088)까지 10여 년 동안 이란에 체류한 장 샤르댕(Jean Chardin, 1643~1713)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란인들이 저술한 의학 서적 중 가장 방대한 내용을 다룬 책은 『자히레이 화레즘샤이』이다.”

19세기와 20세기에는 유럽의 학자들이 이 책에 대해 연구·조사하면서 『자히레이 화레즘샤이』는 보다 더 깊이 이해되었고 인정받았다. 여러 도서관에 흩어져 보관 중이던 의학 서적의 소장 유무를 밝혀주는 도서관 참고 자료가 발간됨에 따라 『자히레이 화레즘샤이』와 이란의 다른 의학서적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의학사 연구자들은 보다 쉬운 연구가 가능해졌다.

1965년(이슬람력 1344년) 이후에 출간된 복제판본 및 조판본 『자히레이 화레즘샤이』가 출간됨에 따라 사람들은 좀 더 쉽게 이 책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문적인 의학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약 90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자히레이 화레즘샤이』는 지고한 지위를 지켜 왔으며, 오랜 세월 동안 중요 참고 도서로서의 위치를 지켜왔다. 이와 같이 『자히레이 화레즘샤이』가 오랜 세월 동안 지속해온 지위는 오늘날까지도 건재하며, 의학 연구의 초석으로서 그리고 페르시아 전통 의학 연구 및 의학사 연구의 기준점으로서 전해지고 있다.

세계기록유산에 이미 등재된 다른 의학 저작물과 비교하여, 특히 16세기와 17세기에 쓰인 귀중한 동아시아의 유산(『동의보감』 『본초강목(本草綱目)』)과 비교한다면 『자히레이 화레즘샤이』는 서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수용되었던 12세기 페르시아 의학서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의학이란 언제나 국제적인 성격을 띠는 학문으로서 역사상 한 번도 한 나라의 국경 안에만 머물렀던 적이 없다. 서로 다른 여러 나라에서 발달한 의학은 모두 세계 의학의 일부분이다. 『자히레이 화레즘샤이』는 테헤란 세파샤라르 도서관(Sepahsalar Library)에 소장되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히레이 화레즘샤이 [Dhakhīra-yi Khārazmshāhī]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세계기록유산(영/불어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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