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산에서는 책을 버려라(시중의 풍수책)(1)

eorks 2023. 1. 5. 12:34

풍수지리(風水地理)

산에서는 책을 버려라(시중의 풍수책)(1)
손에 닿는 대로 문헌 자료를 모으고 여가 있는 대로 답산을 하다 보니 들은 풍월(風月)에 교만함이 생겨 몇 집의 심산점혈(尋山占穴)에 끼여든 적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후회막급이다.

아무리 많은 풍수지리서를 연구했어도 생기가 모인 진혈을 잡아야 하는 현장은 너무나 당황스럽고 힘들다는 것을 고백한 글이다.일부 사이비 풍수가 중에는 이론적 근거나 확신도 없으면서 들은 풍월로 남의 묘터를 잡아주고 몇 푼의 돈을 챙기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후손이 발복하여 판, 검사가 나오며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릴 땅이라고 설명했지만, 종종 난처한 곤경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장사를 지내고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후손 중의 한 사람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유족들이 찾아와 따져 묻자, 사이비 풍수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변명을 늘어놓지만 그럴수록 자기 무덤만 파는 꼴로 결국은 받았던 사례금까지 내어놓았다. 그렇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서 돌아오지는 않는다. 옛 성현은 경고하여 말하였다.

의사가 오진을 하면 한 사람이 생명을 잃고, 지사가 오판을 하면 한 가문이 멸족을 당한다.
풍수는 이토록 까다롭고 어려운 학문이다. 풍수에 대해 상식이라도 가져볼 요량으로 서점을 찾으면 우선 엄청난 양의 풍수서를 보고 놀란다. 이 책 저 책을 뒤적여보지만 어떤 책은 순 한문투성이에다 내용까지 어렵고, 어떤 책은 풍수의 이론이 아닌 소위 명당 답사기이고, 어떤 책은 표지부터 복서(卜書: 점보는 책)에 가까워 꺼림칙하다. 마땅히 손에 꼭 잡히는 책이 없다. 내친걸음이니 그 중에서 쉽고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이론서나 화제가 된 책, 혹은 풍수를 다룬 소설류를 선택한 뒤 돌아온다.

문제는 그때부터이다. 선택한 풍수서를 신중하게 공부하더라도 막상 산에 오르거나 조상의 묘터를 감결해볼라치면 책에서 터득한 방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책에서는 용(龍), 혈(穴), 사(砂: 주변의 산봉우리), 수(水)가 이렇게 저렇게 생겨야 명당이라 설명되어 있고, 만약 한 치라도 오차가 생기면 복이 화로 변한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막상 산을 오르면 책에서 익힌 것들과 자연이 너무도 달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게 된다.

산 속에 들어가면 산천은 책에서보다 훨씬 정교하고 미묘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문자란 뜻을 전하는 데 한계가 있고, 또 책에서 예를 든 산의 모양은 자연의 현장에서는 똑같은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 풍수서는 한결같이 길지보다는 지리에 밝은 어진 지사를 먼저 구하라고 했다. 길한 터를 구하려면 반드시 어진 지사를 구해야 한다. 땅을 얻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지사를 얻기가 어렵다. 지사를 잘 만나면 땅을 구하기가 쉽고, 얻지 못하면 비록 눈 밑에 좋은 땅이 있어도 얻을 수가 없다. 혹 얻었다 해도 옳은 혈을 찾지 못하며 장법(葬法)을 어기기 쉽다.


......^^백두대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