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산에서는 책을 버려라(시중의 풍수책)(2)

eorks 2023. 1. 6. 12:57
풍수지리(風水地理)

산에서는 책을 버려라(시중의 풍수책)(2)
풍수에 능통한 사람을 보통 지관(地官)이라 부른다. 앞장에서도 설명했듯이 지관이란 음양과라는 시험에 합격한 관리를 지칭하던 명칭이었다. 지관은 왕릉이 들어설 터를 정하던 임시직 관리로 풍수가 나라에서 으뜸이었다. 따라서 퇴임 후에도 그대로 관직명을 붙여 예우를 해준 것이다. 지관은 『경국대전』에 규정된 지리학과에도 능통해야 되는데, 음양과의 시험과목에 일괄되게 채택된 풍수서는 『청오경(靑烏經)』, 『장경』, 『호순신(胡舜申)』, 『명산론(名山論)』 등이다. 특히 『청오경』과 『장경』은 책을 보지 않고 돌아서서 외워야 [배강(背講)] 했을 정도로 중요시 여기었다.

세상에 나온 풍수지리서를 모조리 섭렵했을경우 생기가 뭉친 진혈(眞穴)을 찾는 능력이 생길까? 불가능하다. 현장 답사가 배제된 채 용어에만 익숙해져 ꡐ이렇게 저렇게 생긴 터가 명당이라고 하더라ꡑ 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만다. 그뿐만 아니라 책에서 명당의 조건으로 내세운 산천 경개는 실제 산에 가 찾으면 없으니 산에서는 책을 버릴 수밖에 없다. 그것도 풍수지리학은 위서(僞書)가 많아 책 선정 시에도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며, 책을 펼쳐 공부를 해도 중요한 부분은 몇 마디 개념만 적혀 있어 정확한 내용을 깨우치기 어렵다.

게다가 과장된 표현이나 역설적인 내용도 있어 더욱 난해한 느낌이 든다. 특히 문자의 교묘한 함정에 빠져 해석이 엉뚱해지니, 어떤 풍수가는 ꡐ중국 풍수서는 한국이 망하기를 바라는 모략이 숨겨진 위험천만한 책ꡑ이라고까지 말한다.

옛날의 지관은 풍수 서적을 많이 배우고 난 뒤에 선배 풍수가를 따라다니며 현장 지도를 받았다. 전국의 모든 산을 답산하여 이론과 실제가 부합되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터득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30년을 넘게 책을 읽어도 선지자(先知者)의 특별한 지도 없이는 바람과 물의 순환 이치를 깨우치지 못한 채 지팡이 풍수에 머물고 만다.

고사성어에 군맹평상(群盲評象)이란 말이 있다.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서로 평하는 말로 일부분만을 믿고 평가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뜻을 모른다는 경우에 인용된다. 이렇듯이 풍수를 올바로 알려면 이론과 현장에 대한 경험을 고루 갖추고 나아가 장택법에도 훤히 통해야만 한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풍수 서적은 대충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중국의 풍수서를 그대로 번역한 것들이다. 풍수지리의 고전에 속하는 『청오경』과 곽박(郭璞)의 『장경』을 비롯하여 명나라 사람인 서선술(徐善述), 서선계(徐善繼) 형제가 지은 『인자수지(人子須知)』, 그리고 『설심부』 등이 그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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