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명이 거쳐간 서울 가회동 집…정도전 집터에선 구설 끊이지 않고…특급호텔에 돌탑이 세워진 까닭은… 신라호텔의 돌탑 (3) |
▲ 일러스트 이철원 윤달이 들어있는 2009년 기축(己丑)년, 관가(官街) 인사철이 겹치면서 풍수론(風水論)이 고개를 들고 있다. “누구누구가 선친의 묘를 이장한다고 좋은 자리를 찾고 있더라”거나 “누구누구는 조상 묏자리를 잘 썼다더라”는 식의 이야기가 솔솔 새나오고 있는 것이다. 풍수가 사람을 미혹시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조선 왕궁의 자리를 놓고 무학대사와 정도전이 논쟁을 벌였다거나, 풍수의 대가인 신라의 도선국사가 ‘비기’를 남기며 나라의 앞날을 예견했다는 이야기는 익숙해진 지 오래다. 역대 대선주자의 선조들 무덤을 실사해 ‘권력과 풍수’란 책을 쓴 우석대 김두규 교수(풍수학)는 “직접 확인해 보니 김대중, 이회창, 김종필, 이인제, 한화갑, 고건 등 대권에 뜻을 뒀던 사람은 예외 없이 선친 또는 조상의 묘를 좋다는 터로 옮겼더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선거철이 되면 주자들의 마음이 약해지는지 뭐라도 하나 잡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는 것 같다”며 “무덤만 잘 쓰면 후손이 잘된다는 이론은 술사(術士)들이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논리적으로 미신 아니냐”며 멀리하면서도 이야기가 나오면 은근히 귀를 기울이게 되는 풍수. 사람까지 복제가 가능하다는 과학의 21세기에도 풍수는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풍수의 흔적을 추적했다.
명품 골프장 안 위령비의 비밀
공사 중 잇단 사고… “백두대간 맥 끊어 신령이 노했다” “명당터이니 땅 위로해야” 풍수가 말에 비석 세우자 순조
춘천의 J골프장. 이곳의 15번홀 그늘집 옆엔 특이한 비석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위지령비(慰地靈碑). ‘땅의 신을 위로하는 돌기둥’이란 의미의 이 비석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삼가 아뢰옵건대 우리 인간들의 이기와 방종을 용서하시옵소서. 이제 저희들은 이곳에 쉼터를 마련하고자 하는 일들이 지령의 신기를 괴롭히는 짓인 줄 모르는 바 아니오나 세상살이의 고단과 슬픔이 너무 과하여 이 터의 지령에게 심려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중략)… 훼손된 부분은 치유해 드리고 불편한 심경을 다독여 드릴 것입니다. 지령이시여! 이곳의 품에 들인 저희들을 어여삐 여기시어 모쪼록 하해와 같은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이 골프장은 서울서 1시간 거리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 소수 회원만을 대상으로 운영한다는 점, 세계적 골퍼의 설계에 따른 독특한 코스 등으로 인해 골퍼들 사이에 ‘명품’으로 꼽히는 곳이다. 그런 곳에 느닷없이 ‘위지령비’가 들어선 까닭은 무엇일까.
▲ ‘위지령비’가 세워진 춘천의 J골프장. 공사 중 사람이 다치자 산이 훼손돼 그렇다며 인부 들이 동요했다. ‘위지령비’는 이같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 세워졌다. (photo 조선일보 DB) 이 골프장은 ‘한북정맥(漢北正脈)’ 줄기에 자리잡고 있다. 한북정맥이란 강원도와 함경남도의 경계를 이루는 추가령(楸哥嶺)~한강 강구(江口)에 이르는 산줄기를 가리키는 말로, 백두대간(白頭大幹)이 뻗쳐 이뤄진 ‘한반도 13정맥’의 하나다. 삼악산, 칼봉산, 불기산, 봉화산 등 600~900m급 산으로 둘러싸인 골프장 인근은 ‘고려 왕건에 패한 궁예가 은신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산세가 험준하고 수려한 곳이다.
공사가 시작된 때는 1997년. 준공은 2004년 9월로, 공사기간은 7년에 달했다. 적잖은 공기가 말해주듯 공사 과정은 험난했다. 인근 지형이 5억~25억년 전 퇴적된 규암(硅岩)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었다. 규암은 흔히 ‘차돌’이라 불리는 암석으로 옛 사람들은 “단단하기가 쇠와 같다”며 부싯돌로 사용해 왔다. 그러니 공사가 수월할 리 없었다. 이 골프장 코스 곳곳에 천연암석과 폭포, 절벽 등이 조성된 데엔 이 같은 자연환경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땅을) 파고 또 파도 계속해서 돌이 나왔답니다. 그런데 그게 너무 단단해서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해요. 게다가 ‘백두대간(白頭大幹)의 지맥을 끊는다’는 비판이 거셌어요.” 공사 과정을 안다는 한 주민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사 중 다친 사람이 생겨서 인부들이 불안해 했던 것으로 안다”며 “당시 공사 때문에 산이 훼손돼 신령이 노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골프장 측은 이 같은 여론을 간과하지 않았다. 풍수지리가인 최창조(59) 전 서울대 교수를 찾아가 자문을 구한 것. 골프장 측은 이렇게 말했다. “2001년 최 선생을 모셔와 현장을 보여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이 일대가 금구입수형(金龜入水形) 명당이라는 겁니다. ‘자라(또는 거북이)가 물로 들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만큼 훌륭한 터란 얘기죠.”
풍수지리가들은 자라(거북이)가 쇠(金)의 기운을 갖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자라(金)가 물(水)에 들어가는 형상’은 금생수(金生水), 즉 쇠(金)와 물(水)이 서로 돕는 ‘상생’의 형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골프장 측은 “그런데 최 전 교수가 ‘그런 좋은 터에 그냥 토목공사를 하면 자연 속에 있는 나무, 풀, 벌레 등이 노할 수 있으니 사정을 밝히고 자연을 위로하는 글을 하나 남기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그곳에 ‘위지령비’를 세우게 됐다”고 답했다.
비석 때문인지 몰라도 이후엔 사고가 나지 않았고 공사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골프장 측은 “개장 이후 지속적으로 영업이 잘되고 있다”며 “최근의 경제한파로 다른 골프장들은 회원권 가격이 줄줄이 반토막 났지만 (이 골프장은) 오히려 값이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1일 국세청이 고시한 골프회원권 기준시가에 따르면 이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5억8900만원에서 7억6000만원으로 최근 6개월 사이 29%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구입수형 명당’이란 곳에 위지령비를 세운 것이 과연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박흥식·정주영·정태수의 가회동 집
화신 창업주 박흥식, 명당 수소문 끝 매입… 몰락 후 경매 정주영 회장, 55억에 구입… 정태수는 전세로 입주
박흥식, 정주영, 정태수.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재계 대표선수’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겐 또 다른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서울 가회동 177-○번지’란 지번이다.
▲ 박흥식·정주영·정태수씨 등 재계 거인들이 거쳐간 가회동 177-○번지. (photo 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 정태수씨의 사무실이 있었던 은마아파트 한보상가. 정씨는 이 자리가 재복을 갖다줬다고 믿었다 한다. (photo 조선일보 DB) 현대그룹 계동 사옥 뒤편, 1525㎡(461평)의 땅에 연건축면적 451㎡(137평) 규모의 2층 저택이 한 채 있다. 화신백화점 창업주이자 재계의 거물이었던 박흥식씨가 살았던 곳이다. 박씨는 서울에서 명당이라 소문난 곳을 두루 물색하다가 이곳을 찾아 거금을 주고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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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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