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재벌 3명이 거쳐간 서울 가회동 집…정도전 집터에선 구설 끊이지 않고…특급호텔에 돌탑이 세워진 까닭은… 신라호텔의 돌탑 (1)

eorks 2023. 4. 7. 12:57

풍수지리(風水地理)風水 2009년의 해석

재벌 3명이 거쳐간 서울 가회동 집…정도전 집터에선 구설 끊이지 않고…특급호텔에 돌탑이 세워진 까닭은… 신라호텔의 돌탑 (1)

“남산 훼손, 산신이 노해 호텔 적자” 소문… 탑 쌓아 액땜 리움미술관은 입구 바닥에 기원문 적은 동판 깔아

한국의 대표적 고급 호텔인 서울 신라호텔엔 ‘비보탑(裨補塔)’이라 불리는 돌탑이 하나 있다. 무심히 지나치면 발견하기 어렵겠지만 눈밝은 이용객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찰의 일주문(一柱門)을 연상시키는 호텔 정문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구석에 어른 키만한 돌탑이 서 있다. 산길이나 옛 서낭당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돌무덤의 형태다. ‘나그네의 안녕’을 기원했던 전통적 돌무덤이 왜 5성급 고급 호텔 입구에 서있는 것일까.

발단은 남산 2호 터널이었다. 신라호텔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는 이 터널은 1971년 개통된 이후 1977년 재개통, 2001년 재재개통, 2005년 확대개통 등을 거치면서 덩치가 커졌다. 그런데 엉뚱한 소문이 생겼다. “터널이 확대될 때마다 호텔엔 적자가 생겼는데 그 이유가 남산 2호 터널에서 사기(邪氣)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소문은 엉뚱했지만 꼬리가 달려 있었다. “서울을 보호하는 산인 남산을 훼손해 산신(山神)이 노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 얘기가 은밀하게 하지만 빠르게 확산됐다.

▲ 신라호텔 정문 어귀에 세워진 비보탑. 돌무덤 형태인 이 탑은 산신이 노했다는 흉흉한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세워졌다. (photo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호텔 경영진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경영진에 묘수를 던진 것은 삼성그룹 고위층이라고 한다. 이 고위층은 “호텔에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비보탑’을 쌓아 민심을 진정시키라”는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돌탑이었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동요하던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이젠 돌탑의 존재마저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삼성 리움미술관이다. 이 미술관 정문 입구 바닥엔 동판이 하나 깔려있다. 이 동판 역시 무심결에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눈여겨보면 다음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우리는 대지모신(大地母神)의 혜려(惠慮)에 힘입어 문화창달(文化暢達)을 위해 미술관을 세웠습니다. 그 뜻을 가상히 여겨 이 일에 참여하였고 앞으로 참여할 모든 이들에게 기쁨을 내려주시옵소서.’

현대적 양식의 리움미술관에 ‘대지모신’을 향한 기원문이 왜 있는 것일까. 남산 자락에 자리한 이 미술관은 2004년 10월 문을 열었다. 약 4년6개월 전의 일이다. 하지만 공사에 걸린 시간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인 12년이 소요됐다. 전시 면적만 4297㎡(1300평)으로 사설 미술관으로는 국내 최대규모다. 공사는 쉽지 않았다. 공기(工期)가 오래 걸리면서 “남산을 너무 심하게 훼손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인부들 사이에서 “신령(神靈)을 노하게 해선 안 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 공사기간 12년, 전시면적만 429.7㎡(130평)인 ‘리움미술관’. 입구엔 대지모신을 향한 기원이 담긴 동판이 놓여있다. (photo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삼성그룹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동판을 설치한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사를 담당했던 인부들과 일반인들의 걱정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여론 무마용”이란 것이다. “아무튼 동판을 설치한 뒤로 우려의 목소리는 줄어들었다”고 한다. 동판에 적힌 기원문으로 인해 산신(山神)의 노여움이 풀린 것일까.

풍수 전문가의 말
“풍수는 모든 게 자연 그대로일 때 만든 옛 이론일 뿐 제 맘에 드는 장소 골라 만족하며 살면 그곳이 명당”


우리는 인공위성을 쏘고 우주 여행을 얘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주변엔 아직도 풍수지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홍콩에선 풍수가의 말 한마디에 집값이 요동치고 주가가 몸부림치기도 한다. 풍수는 과연 설득력이 있는 이론일까.

첫째 사례로 든 춘천의 J골프장은 정말 ‘금구입수형(金龜入水形)’이란 명당일까. 이 골프장에 대해 풍수지리가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항공 사진을 보면 부근의 지형이 ‘거북이가 물을 먹으러 가는’ 형태를 띠고 있다”며 “풍수 이론에 따르면 이런 땅에 집을 지으면 재물이 늘고 자손이 번창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 전 교수는 “하지만 그것은 자연이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때 만들어진 옛 이론”이라고 덧붙였다. “오늘날처럼 개발과 보수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현실에서 1000년 전의 이론을 무작정 신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최 전 교수는 “(J골프장 건설) 당시 불안해 했던 인부들이 있었고 그들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위지령비’를 세운 것일 뿐”이라며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골라 집이나 사무실을 짓고 스스로 만족하며 살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명당”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예로 든 ‘서울 가회동 177-○번지’는 명당일까 흉당일까. 풍수가 김성수(75)씨는 이 터에 대해 “기운이 모이지 않고 흩어지는 곳”이라며 “아파트와 달리 개인 주택엔 일반적으로 대문을 하나만 내는 것이 좋은데 대문을 두 개로 냈기 때문에 기운이 더 흩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두규 우석대 교수(풍수학)는 정도전의 집터에 대해 “지기(地氣)가 뭉치는 곳이 아니라 흘러가는 곳”이라고 평했다. 풍수 이론상 “기운이 흘러가는 곳은 빨리 흥하고 빨리 망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성수씨는 국세청 본청에 대해 “옆에 부속건물(국세박물관)이 달려 있어 ‘나 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형국”이라며 “자하문 터널을 지나온 바람을 여과없이 맞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수년 주기로 구설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풍수지리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되는 것인데 일부 풍수가들이 신비주의적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것에 얽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백두대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