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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주는 내가 본다(3)
힘든 일 털어놓는 손님에게 조언해주고파
그때 친구가 점을 한번 보자고 했다. 뭘 그런 걸 보냐고 통박을 줘도 소용없었다. 친구 손에 이끌려 간 점집에서 사주를 적어 냈다. 역술가가 보고는 대뜸 “20대 후반에 구설수가 끼어 있다”고 했다. 구설수는 남에게서 헐뜯거나 시비하는 말을 듣게 될 신수라고 했다. 그동안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직장생활이 떠올랐다. “조금만 일찍 알았다면…” 후회도 들었다.
신씨는 곧장 서점으로 달려가 주역과 육효, 사주명리에 대한 책을 사서 읽었다고 한다. 스스로 깨우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책만으로는 이해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백화점과 구청의 문화센터, 대학 사회교육원 등에 관련 강좌가 많았다. 그는 당장 동국대 사회교육원 강의를 신청했다. “인생이라는 큰 틀에서 내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이 밖에 동국대 사회교육원 강의에는 이제 막 태어난 손자의 사주를 직접 봐주기 위해 강의를 신청한 할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회사 사장이 같이 가자고 해서 마지못해 따라왔다가 재미를 붙인 직장인, 사주를 볼 때마다 풀이가 다르게 나와 직접 사주 풀이에 뛰어든 사람도 있다. 서울 명륜동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박선미(39)씨는 가게 손님들에게 좋은 인생 조언자가 되고 싶어 참여했다고 한다. “머리 하러 온 손님들이 유쾌한 이야기보다는 대부분 어렵고 힘든 일들을 털어놓죠. 평소 사주와 점 보는 걸 좋아하는데도, 그럴 때 손님들한테 많은 이야기를 못해주는 자신이 답답했어요.” 그는 “사주나 점 보러 가서 어려움 당하는 이야기를 꺼내면 뭔가 도움되는 말을 해주듯, 저도 점을 배워서 조금이라도 남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개별 강의나 일대일 과외 선호
낮 시간에는 야간반의 절반인 35명 정도가 강의를 듣는다. 대부분 주부들이다. 오후 3시 강좌를 듣는 주부 이희숙(51)씨는 경기 안산에 산다. 남편이 출근한 뒤 집안일을 끝내놓고 학교로 나온다. 그는 “딸 다 키워 대학에 보내고 난 뒤부터 여가 시간이 많이 생겼다”며 “그 시간에 평소 관심 있던 명리학을 공부해왔다”고 했다. 가족들 반응이 어떠냐고 묻자 “딸이 ‘시간 나면 화투 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시간에 공부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더라”며 “딸과 남편이 가끔 사주를 봐달라고 한다”고 웃었다.
역술을 배우려는 이들은 공개된 배움터로만 몰리지는 않는다. 역술인들의 골방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강의나 일대일 과외도 성행하고 있다. 한 역술인은 “역술을 배우려는 사람 중에는 공부를 한 사람도 있고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일대일 과외를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최근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역술인들의 말이다.
동국대 김동완 교수는 최근 휴대전화를 하나 더 만들었다. 새 휴대전화 번호는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에게만 알렸다. 3월 강의를 시작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전화를 걸어 “과외를 받고 싶다” “사주·주역 동아리를 만들려는 대학생들인데 도움을 달라” “점 좀 봐달라” 등등의 부탁이 쏟아져 들어온다고 한다. 그는 “최근 사주카페와 타로카드점, 포장마차 점집 등이 늘면서 젊은 층의 관심이 유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혼돈의 시대를 넘어 불안의 시대다. 물가는 치솟고 삶은 늘 불안정하다. 초등학생 살해 사건과 납치 미수 사건이 학부모들을 긴장시키고, “손이 가요 손이 가”라고 노래를 불렀던 ‘국민 안주’에서는 생쥐 머리가 나와 “손이 안 가요, 손이 안 가”라고 노래라도 불러야 할 판이다. 골치 아픈 시대를 명쾌하게 설명할 방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세상이 복잡하고 불안해지면 한 치 앞이라도 먼저 알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평생교육원 등이 많이 생겨나면서 사주나 점 강습 바람이 새삼 불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변화하는 세상을 설명할 방법을 원해왔고, 지금도 필요로 한다. 이는 신이 아닌 사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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