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43. 人登樓閣臨九天(인등루각임구천)누각에 올라 보니 구천 하늘에 닿은 듯하고

eorks 2024. 10. 23. 19:36

43. 人登樓閣臨九天(인등루각임구천)
누각에 올라 보니 구천 하늘에 닿은 듯하고


    함흥은 역사의 고장인지라 그 옛날 李成桂(이성계)가 살았다는 歸州洞(귀
    천동)의 慶興殿(경흥전)을 비롯하여 근처에 있는 聞韶樓(문소루), 仙景樓
    (선경루), 觀風亭(관풍정)을 돌아보고 成川江(성천강)을 멀리 눈 아래 굽어
    보며 城關山(선관산) 언덕 위에 하늘 높이 솟아 있는 九天閣으로 발길 을
    돌렸다.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이 솟았다 하여 구천각이라 했다지만 저 멀리 굽이굽이
    흘러가는 성천 강물도 운치가 있거니와 성천강에 가로 놓여 있는 萬歲橋(만
    세교)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다리의 길이가 무려 150여 간, 그야말로 하늘의 무지개를 연상케 하는 환상
    의 다리였다.

    험한 산들은 바다로 뻗어 나오다가 발을 멈추며 들을 이루었고, 성천강 푸른
    물 위에는 두어 척의 놀잇배가 떠돌고 있는데,

    만세교의 기나긴 다리 위로는 어떤 풍류객이 말을 타고 한가롭게 건너오고
    있지 않는가.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접한 김삿갓이 어찌 시 한 수가 없었으랴.


              누각에 올라 보니 구천 하늘에 닿은 듯하고
              말 타고 긴 다리 건너니 만세를 밟는구나.
              산은 들이 좁을까 하여 멀리 멀리 나누어 섰고
              물은 배가 다닐까두려워하여 얕게 얕게 흐르네.

              人登樓閣臨九天(인등루각임구천)
              馬渡長橋踏萬歲(마도장교답만세)
              山疑野狹遠遠立(산의야협원원립)
              水畏舟行淺淺流(수외주행천천류)


              산세는 용이 서리고 범이 도사린 형국이요
              누각은 난새가 날고 봉황이 나래 편 형세일세.

              山意龍盤虎踞形(산의용반호거형)
              樓閣鸞飛鳳翼勢(루각란비봉익세)

    이하 두 줄은 脫句가 되어 전하지 않는다고 하니 김삿갓 시 중에서도 더욱
    돋보이는 듯싶은 이 시가 온전히 전하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