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다 빠진 늙은이들이 시를 짓는답시고 허구한 날 모여서 음담패설 이나 하고 술이나 퍼 마시는 행태를 은연중에 비꼬아 준 것이었으나
늙은이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코웃음만 치는데 기생만이 재미있다는 듯 이 배꼽을 잡는 것이었다.
김삿갓이 술이 거나해지긴 했지만 좌중을 둘러봐도 시를 화답할만한 위 인은 없는 듯 하여 짐짓 일어서려 하는데 元生員이라는 이가
'술을 얻어먹었으면 술값을 하고 가야지 그까짓 언문시를 시라고 던져 놓 고 가려느냐.' 고 채근하여 어쩔 수 없이 다시 한 수를 내리 갈겼다.
해가 뜨니 원숭이가 들판에 기어 나고 고양이가 지나가니 쥐가 모두 죽는다. 황혼이 되니 모기가 처마 밑에 모이고 밤이 오니 벼룩이 자리에서 쏘아 대누나. 日出猿生原=일출원생원(원생원) 猫過鼠盡死=묘과서진사(서진사) 黃昏蚊簷至=황혼문첨지(문첨지) 夜來蚤席射=야래조석사(조석사)
네 명의 늙은이들이 서로 불러대는 별칭을 모두 인용하여 원숭이, 쥐, 모 기, 벼룩과 같은 못난이들이라고 비꼬아 준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김삿갓은 시를 써 놓고는 간략한 인사를 남기고 기생의 만류를 뿌리치며 유유히 걸어 내려오면서 시를 읽어 보고 노발대발할 그들의 모습을 그려 보며 빙그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