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 보니 이름 조자 모를 조그만 새가 창가에 앉아 명랑하게 지저귀고 있었다.
'산새가 창가에서 우짖는 것을 보니 이제 봄이 온 모양이로구나' 하고 생 각한 김삿갓은 그 자리에서 즉흥시 한수를 읊었다.
창가에 앉은 새야 너에게 묻노니 어느 산에서 자고 일찍 왔느냐 산속의 일을 너는 응당 알고 있겠지 진달래꽃이 피었더냐 아니더냐. 問爾窓前鳥(문이창전조) 何山宿早來(하산숙조래) 應知山中事(응지산중사) 杜鵑花開否(두견화개부)
깊은 산골에도 봄이 왔으니 이제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 북으로 북으로 올라가 드디어 咸關嶺(함관령)에 도달하니 계절은 어느덧 4월이건만 골 짜기에는 아직도 殘雪(잔설)이 쌓여있다.
기후가 어찌나 찬지, 평지에는 진달래가 핀 지 이미 오랬는데 함관령 위 에는 이제야 겨우 피기 시작하였다. 4월의 함관령 북청군수 추위에 떨겠구나 진달래가 이제야 피기 시작했으니 봄도 산이 높아 오르기가 어려운가 보다. 四月咸關嶺(사월함관령) 北靑郡守寒(북청군수한) 杜鵑今始發(두견금시발) 春亦上山難(춘역상산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