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79. 황진이 무덤은 찾을 길 없고

eorks 2024. 11. 29. 13:10

79. 황진이 무덤은 찾을 길 없고


    그로부터 2,3일 동안 김삿갓은 長湍(장단) 땅을 샅샅이 뒤지고 돌아다녔
    지만 황진이무덤은 찾을 수 없었다.

    하찮은 벼슬아치들의 무덤들은 잘도 알면서 천하명기 황진이의 무덤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아, 이렇게까지 애를 써도 황진이의 무덤은 찾을 길이 없으니 아마도 황
    진이와 나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가 보구나.

    김삿갓은 마침내 황진이의 무덤에 술 한 잔 부어놓고 그 넋을 위로하려던
    뜻을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따라 새삼스럽게 처량한 생각이 들어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데 문득
    눈을 들어 바라보니 저 멀리 산골자기에는 매화꽃이 곱게 피어 있고,

    개울가에는 버드나무숲속에서 꾀꼴새가 영절스럽게 울어 대고 있었다.

    김삿갓의 눈에는 그러한 모든 풍경이 마치 황진이의 환상처럼 보였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다음과 같은 시를 읊고 있었다.


              술을 들며 노래하고 싶어도 옛 사람은 없고
              꾀꼴새 울음소리만 마음을 괴롭히네.
              강 건너 버들가지는 마냥 싱그럽고
              산골자기 들어서니 매화 향기 봄 같구나.

              對酒欲歌無故人(대주욕가무고인)
              日聲黃鳥獨傷神(일성황조독상신)
              過江柳絮晴獨雷(과강류서청독뢰)
              入峽梅花香如春(입협매화향여춘)


              이곳은 關河(관하)여서 오고 가는 길목이라
              날마다 말 수레의 티끌에 부대끼네.
              임진나루 북쪽에는 잡초가 무성하여
              나그네의 시름이 갖가지로 새롭구나.

              地接關河來往路(지접관하래왕로)
              日添車馬迎送塵(일첨차마영송진)
              臨津關外萋萋草(임진관외처처초)
              管得覇愁百種新(관득패수백종신)


    황진이는 생전에 많은 남성들을 희롱해 온 일이 무척 뉘우쳐 져서,

    "내가 죽거든 많은 사람들이 나의 백골을 마음대로 밟고 지날 수 있도록
    길가에 묻어 다라." 는 유언을 남겼다기에 김삿갓은 그 일을 생각하며 이
    러한 시를 읊은 것이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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