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로(卞榮魯)님의 詩
1.<논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魂)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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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봄비>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앞에 자지러지노라!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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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로 : (卞榮魯, 1898~1961) 호는 수주(樹州).서울출생. 중앙
중학교를 거쳐 미국 Sanjose대학 졸업. 중앙고보고와
이화여전에서 교편을 잡는 한편, 시작(詩作)에 정진했
다. <운상소요>를 1923년,<개벽>지에 발표하면서 문단
에 데뷔했으며, 폐허동인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그의
시가 가지는 특성은 '아름다운 서정의 성공적인 탄주
(彈奏)'라고 이야기 된다. 다음 또 하나의 특성은 그의
민족애이다. <논개>를 통해 나타나는 바와 같이 그는 항
상 우리 민족의 역사에 나오는 충신, 열녀에 관심이 있
었다. 그리고 즐겨 그들을 작품의 소재나 주제내용으로
택했다. 시집에 <조선의 마음>,<수주 시문선>,영문시집
<아젤리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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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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