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李箱)님의 詩
1.<오감도(烏瞰圖) : 시 제1호>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오.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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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지비(紙碑)
내키는커서다리는길고왼다리아프고
안해키는작아서다리는짧고바른다리가아프니
내바른다리와안해왼다리와성한다리끼리
한사람처럼걸어가면아아이부부(夫婦)는부축할수없는
절름발이가되어버린다무사(無事)한
세상(世上)이병원(病院)이고
꼭치료(治療)를기다리는
무병(無病)이끝끝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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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이런 시>
역사(役事)를 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 내어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木徒)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 나가보니
위험하기 짝이없는 큰길가 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 필시그들이깨끗이씻겼을터인데
그이튿날가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처량한생각에서 아래와같은작문을지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시는그만찢어버리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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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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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꽃 나 무>
벌판한복판에 꽃나무하나가 있소.
근처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 없소.
나는 막달아 났소. 한 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그런 이상스러운 흉내를 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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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 (李箱,1910~1937) 본명은 김해경(金海卿). 서울출생. 경성
고등공업 졸업. 1929년 조선총독부의 건축기사로 있으면서
처녀작 <이상한 가역반응>,<파편의 경치> 등을 <조선과 건
축>지에 발표했다. 1930년대 중반에 모더니즘 운동을 주도
했던 <구인회>(九人會:김기림,이효석,박태원,정지용,이 상
등 9명의 문인으로 구성된 모임으로 1933년에 결성됨)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시<오감도>를
신문에 연재하다 독자들의 비난때문에 중단하기도 했다.
주요작품으로는 시 <오감도>(1934), <종생기>(1937),<실화>
(193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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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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